체력이 좋은 서구 연주가 중에는 간혹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5곡 전곡을 하룻저녁에 치는 식의 ‘만용’을 부리는 이도 있다. 그렇지만 전혀 다른 시대의 작품 세 곡을 하루에 연주하는 것은 체력의 문제를 넘어 치밀한 악보 해석 등 남다른 사전작업을 필요로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 씨의 과감한 도전이 범상치 않게 보이는 이유다.
양 씨는 11세 때 처음 독주회를 연 ‘음악신동’. 1988년 런던 칼 플레시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BBC 교향악단, 몬테카를로 교향악단 등 세계적 악단과 협연했다. 음악에 취미가 없는 사람도 “1990년대 의류회사 광고에 출연해 ‘그의 자전거가 내 가슴에 들어왔다’는 카피로 기억된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하면 “아∼ 그 사람”이라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음악 비평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의 시벨리우스 협주곡 연주에 대해 “확신에 찬 연주이며 맑은 음색과 흠잡을 데 없는 정확함이 인상적이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파리 롱티보 국제콩쿠르의 심사위원을 지냈고 2010년 세계 최고권위의 콩쿠르 중 하나인 파가니니 국제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