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주’의 철거대책위원장 ‘중식’역 이선균예전엔 웃기고 망가진 모습진지한 역 맡으면 되레 웃어광고는 연기생활의 보너스연기변신 미룰 이유 못돼
16일 만난 배우 이선균은 영화 ‘파주’에 대해 “느리고 불투명한 안개가 자욱하지만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국화꽃 향기’에서 의사 역을 맡은 뒤 영화를 보러 갔는데, 제가 나오자 관객들이 쿡쿡 웃더군요. 시트콤 속 ‘웃긴 남(男)’에게 진지한 연기가 어울리지 않아 보였던 거죠. 그러니 이제 이 ‘샤방’해진 이미지를 어찌해야 할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기 출신.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했다. 이후 시트콤 ‘연인들’에서 맡은 역은 우습게 망가지는 ‘균’. 그는 “연극하는 동기에게도, 같이 방송하던 동료에게도 떳떳하지 못했던, 어중간한 시절”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와 드라마 단역을 오가다 단막극의 문을 두드린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는 2007년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에서 북한 유학생 역을 맡았다.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인기를 얻을 때였다. 그는 “감정의 작은 파장까지 표현하는 연기에 갈증을 느꼈기에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홍 감독의 영화 ‘첩첩산중’에도 10만 원만 받고 출연했다.
사진 제공 명필름
처제에게 감정을 털어놓는 장면만 36시간 동안 찍었다는 그는 첫 정사장면을 찍은 소감도 털어놓았다. “저는 내심 떨고 있는데 상대역의 심이영 씨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연기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영 씨의 심장이 마구 뛰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컷’ 소리가 난 뒤에도 한동안 몸을 떼지 못했죠. ‘배우라는 직업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를 깨달았습니다.”
이날도 그는 광고 촬영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올해 5월 배우 전혜진과 결혼한 그는 경제력, 사회적 성취, 행복한 가정을 모두 얻은 광고 속 이미지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광고는 연기 생활에 생기는 보너스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광고 속 이미지 때문에 연기 변신을 미룬다면 말이 안 되죠. 물론 이런 건 있어요. ‘너무 막가면 안 되겠지’하는 고민. 특히 술 마시고 시비가 붙을 때는 예전과 달리 한 번 더 광고 이미지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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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영화]영화 `파주`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