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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을 하루같이 기다렸는데…”

입력 | 2009-09-26 02:56:00


남측 최고령 96세 박양실 할머니 허리다쳐 상봉포기
오늘부터 남북 이산 상봉

25일 오후 강원 속초시 한화리조트에는 가족 상봉의 설렘을 안고 고령의 이산가족이 속속 도착했다. 26일 상봉에 앞서 방북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상봉자들은 가족이나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린 뒤 1층 로비에 마련된 접수창구로 향했다.

접수창구 옆에는 상봉자들이 북쪽 가족에게 전할 선물보따리가 가득 쌓였다. 적십자사가 선물 가방을 3개로 제한한 때문인지 대부분의 상봉자가 세 개의 큰 가방에 빼곡히 선물을 담아왔다. 의류와 건강식품, 영양제, 치약 등의 생필품이 주류를 이뤘다.

휠체어를 탄 채 아들의 도움을 받으며 도착한 임만엽 씨(92·여)는 선물로 준비해 온 오리털 파카를 북한의 딸에게 입힐 생각에 들떠 있었다. 평남 순천군 순천면에 살다가 1·4후퇴 때 5남매 중 딸 둘을 부모님에게 맡기고 떠나온 것이 생이별이 됐다. “애들을 모두 데려오기 힘들어 잠시 떨어져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한평생 한이 됐다”고 말했다.

고상도 씨(79)는 “동생을 만날 생각에 너무 설레 제대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고 씨는 6·25전쟁 때 국민방위군으로 근무하다 종전 후 고향인 경기 개풍군이 미수복지구가 되는 바람에 가족을 만날 수 없었다.

한편 남측 상봉자 가운데 최고령자인 박양실 씨(96·여·부산)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상봉의 꿈을 접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박 씨는 1951년 1·4후퇴 직후 헤어진 둘째 딸 이언화 씨(61)를 이번에 만날 예정이었다.

박 씨 대신 여동생과 만나는 셋째 아들 이대원 씨(63)는 “어머니께서 더 건강한 몸으로 언화를 만나기 위해 병원에 다녀오시다 그만 발을 헛디뎌 허리를 다쳐 상봉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엄마로서 해준 게 없어 늘 가슴이 아팠는데 보지도 못하게 돼 더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적십자사는 3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상봉을 포기해 남측 상봉자는 97명이라고 밝혔다.

속초=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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