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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단 유출 막아라”…船上 심평위원 선정 묘안

입력 | 2009-09-25 15:12:00


24일 새벽 2시. 국토해양부 부산항건설사무소는 1380억 원짜리 '울산신항 북방파제 2공구 축조공사' 입찰에 참가한 건설사 대표 3명을 사전통보 없이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으로 불렀다. 곧이어 이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보안검색을 한 뒤 항로표지점검 선박에 태웠다. 그리고는 부산신항 서방파제를 벗어나 1㎞이상 떨어진 외항에 배를 댔다.

대표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심의평가위원 명단의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해 바다 한 복판에서 위원을 선정한다. 여러분들은 추첨 참관자 자격"이라고 설명해줬다. 대표들이 동의하자 부산항건설사무소는 이날 새벽 추첨을 통해 위원 13명을 선발했다.

심의평가위원은 참가업체의 설계안을 심사한 뒤 점수를 주기 때문에 낙찰자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심의평가위원 13명도 외부와 고립된 채 심의를 진행했다. 오전 10시 부산 사상구 모 호텔로 모인 이들은 휴대전화를 압수당했고 오후 5시까지 외부와 연락할 수 없었다. 부산항건설사무소는 "지난해 발주한 1000억 원대 국책공사 입찰 선정 회의장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되는 등 평가위원 명단을 빼내려는 시도가 많아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