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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피츠버그의 메시지

입력 | 2009-09-22 19:57:00


도시에도 메시지가 있다. 2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피츠버그는 ‘녹슨 지대(Rust Belt)에서 21세기 첨단산업도시로’의 변신으로 유명하다. ‘세계의 대장간’을 자부하던 피츠버그가 산업구조 변화와 포스코 등의 추격에 밀려 녹슨 철(鐵)의 도시로 몰락한 것이 한 세대 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의료 교육 연구개발 대체에너지 등 하이테크 이노베이션의 중심지로 눈부시게 달라졌다. 정상회의가 열리는 컨벤션센터는 세계 최초 최대의 리드(LEED·친환경건물인증) 건축물로 꼽힌다. 회의를 주도하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위기를 기회삼아 피츠버그처럼 혁신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자동차산업과 함께 쇠락하는 도시 디트로이트도 피츠버그처럼 부활할 수 있을까. 뉴스위크지는 어림도 없다고 했다. 피츠버그는 디트로이트의 제너럴모터스처럼 정부 개입과 막대한 지원으로 변신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는데도 언제까지나 ‘스틸러스주의(피츠버그의 미식축구팀 스틸러스 숭배)’와 ‘노조주의’에만 매달릴 순 없다는 걸 깨달은 주민들의 변화가 먼저라는 것이다.

▷피츠버그엔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가 세운 카네기멜런대와 유서 깊은 피츠버그대가 있었다. 교육만이 살 길임을 알게 된 피츠버그 사람들은 이들 ‘지방대학’에 혼과 돈을 투자했다. 두 대학이 연구중심 일류대학으로 도약하면서 주변 35개 대학에서 7만여 개의 연구개발 일자리가 나왔다. 이들의 두뇌를 보고 정보기술 생명공학 녹색기술 기업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30년간 카네기멜런대가 키워낸 기업도 200개가 넘는다. 20년 전만 해도 지방병원에 불과했던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UPMC)가 지금은 5만 명을 고용하는 글로벌 의료서비스 기관이 됐다.

▷피츠버그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도시를 동시에 변모시켰다. 철강공장에서 해고된 근로자가 대학에서 의료기술을 익혀선 UPMC에 취업하는 식이다. 글로벌 위기에도 피츠버그의 실업률(7.8%)은 미국 전체(9.4%)보다 낮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도시가 발전하는 데는 중앙정부의 대대적 지원이나 공공기관의 이전보다 중요한 것이 자발성임을 피츠버그가 말해주고 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