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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상훈]비상상황인데…신종플루로 또 싸우는 양-한방

입력 | 2009-09-19 03:03:00


17일 대한한의사협회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신종 인플루엔자A(H1N1)의 한의학 치료’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가졌다. 심포지엄에서 중의학과학원 차오훙신 원장은 “중국에서는 신종 플루 경증(輕症) 환자는 중의학으로, 중증(重症) 환자는 중의학과 서양의학 협진으로 치료하고 있다”며 “16일까지 1만221명이 신종 플루에 걸렸지만 6098명이 완치됐고 사망자는 없다”고 발표했다.

한의협은 이 발표를 근거로 “신종 플루의 한약 치료가 치료율이 높을 뿐 아니라 양약 치료제의 7분의 1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 경제적인 면에서도 우수하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정부가 신종 플루 환자의 치료에 한의학을 적극 활용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는 즉각 ‘신종 플루 사태를 맞아 한방 측에 경고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성명서에서 “과학적 치료가 시급한 현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발언을 하는 한방 측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한방 측이 이런 주장을 계속한다면 국가적인 혼란 초래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한방병원도 원한다면 신종 플루 거점병원으로 지정하되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지 말고 자신들의 방법으로만 치료하라”고 제안했다. 또 “정부는 이제마 프로젝트(사상체질 표준 진단)에 1000억 원이나 되는 국민혈세를 쏟아 붓지 말고 차라리 그 예산으로 신종 플루 백신을 구입하라”며 정부에도 화살을 돌렸다.

물론 중국의 통계만을 인용해 한방의 우수성을 홍보하려는 한의협의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방을 비과학적이라며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의협의 행동도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지난달 4일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을 때도 의협은 “동의보감은 말 그대로 세계의 기록유물이지 첨단의학서가 아니다”며 “한의사들은 이 일을 한의학 확장에 이용하지 말라”는 성명을 내 국가 경사에 재를 뿌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양-한방 갈등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씁쓸하다. 1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고 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국가비상사태까지 거론되는 마당이다.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두 집단의 갈등이 해묵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한방의 협력은 정녕 요원한 것일까.

김상훈 교육복지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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