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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옷 입은 ‘Let it Be’… 전설을 깨우다

입력 | 2009-09-15 02:52:00

처음으로 디지털 리마스터 작업을 거쳐 재발매한 비틀스 앨범에는 멤버들의 미공개 사진과 다큐멘터리 동영상이 추가됐다. 사진 제공 워너뮤직코리아


전세계 동시발매 비틀스 리마스터 음반 구입 열풍

멤버 네 명 중 두 명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밴드. 살아 있는 두 사람의 자취도 대중의 시야 밖으로 사라진 밴드. 해체된 지 39년이 지난 이 밴드의 전 앨범 13장이 다시 발매돼 세계의 음악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그 밴드의 이름은 ‘비틀스’다.

9일 전 세계에서 동시 발매한 ‘비틀스 디지털 리마스터’ 음반은 비틀스의 음악을 처음으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1982년 CD라는 미디어가 상용화된 뒤 LP로 녹음됐던 많은 음반의 디지털 리마스터 작업이 이뤄졌지만 비틀스의 음악은 그렇지 못했다.

디지털 리마스터는 보컬, 기타, 드럼 등 녹음된 악기 소스를 하나하나 분리해 최적의 음향 상태로 다시 합성하는 작업이다. 그동안 CD로 나온 비틀스의 노래들은 이런 작업 없이 음원 저장 매체를 CD로 바꾼 것이었을 뿐이다. 2003년 나온 ‘렛 잇 비: 네이키드’ 앨범은 제작자 필 스펙터가 입혔던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없앤 부분적 리마스터 버전이었다.

영국 런던 EMI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엔지니어들은 이번 리마스터 작업에 4년을 꼬박 매달렸다. 노고의 성과는 경이롭다. MBC FM 팝 음악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이번 음반 발매를 기념해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비틀스 노래’ 1위를 차지한 ‘렛 잇 비’를 들어보면 이전 녹음과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네이키드’ 버전과 달리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살렸지만 볼륨을 적절히 조절해 희미하게 묻혔던 조지 해리슨의 기타 솔로가 깔끔하게 귀에 들어온다.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국에서 이틀 만에 약 60만 장의 리마스터 앨범이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11일 전했다. 호주의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모노음질 박스세트를 너무 조금 제작한 EMI를 성토하는 팬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고 썼다. 한국에서도 발매 하루 만에 초판 수입분 7만 장 중 6만 장이 팔렸다. 수입사인 워너뮤직코리아의 조혜원 씨는 “30만 원이 넘는 박스 세트 1500질은 판매 나흘 만에 동났다”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200년 뒤 사람들은 바흐와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듯 우리 음악을 들을 것’이라고 한 폴 매카트니의 말은 허풍이 아니다”라고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