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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상의 와인 다이어리] 가난하지만 귀족의 피를 타고난 소공녀 같은 와인

입력 | 2009-09-02 14:27:00


미국 와인을 마시다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때가 있다. 천혜의 환경에서 만들어진 와인이 선사하는 놀라운 맛 때문이다. 가격이 저가일 때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콜럼비아 크레스트 투바인스 리슬링(Columbia Crest Two Vines Riesling)’은 바로 그런 경우다.

리슬링 품종(화이트다) 100%로 만들어진 이 와인의 달콤함은 가격(2만5000원) 대비 너무 매혹적이다. 운동으로 땀에 흠뻑 젖은 뒤 한 잔의 우유를 마실 때 느껴지는 꿀 맛, 바로 그 맛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우리가 꿀맛으로 인식하는 이 맛은 실제 꿀처럼 너무 달지 않으면서 최적의 감미 상태로 식도를 포근하게 안아준다. 잠시 여유를 갖고 한 모금 더 넘기면 아카시아 향과 복숭아 향이 근사하게 코에서 퍼지며 달콤함에 우아함을 더한다. 경박하지 않은 우아한 달콤함이다. 마치 가난하지만 귀족의 피를 타고난 소공녀 같다고나 할까. 아로마를 유지하기 위해 저온에서 20~30일 걸쳐 천천히 발효했다.

콜럼비아 크레스트는 미국 워싱턴 주에 위치한 콜럼비아 밸리에서 포도를 생산한다. 이 곳은 캘리포니아보다 더 긴 일조시간, 연간 200mm 밖에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기후(강수량이 연간 500mm 미만이면 통상적으로 건조하다고 말한다. 프랑스 알자스 지역이 이런 경우다. 200mm면 아주 건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큰 일교차가 특징. 긴 일조시간은 과실을 더욱 숙성시키고, 건조한 기후와 상호 작용해 뉴 월드 와인의 특징인 과실의 풍미를 살리고, 큰 일교차로 인한 밤의 서늘한 기온은 올드 월드 와인에서 볼 수 있는 산미를 도드라지게 한다. 정말 축복받은 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땅에서 나오는 포도로 만드니 맛있는 와인의 토대는 탄탄하게 구축된다.

콜럼비아 크레스트 와이너리. 도심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목가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하늘과 땅이 준 선물을 그대로 살리는 건 양조 총책임자 레이 아인버거 씨의 몫이다. 아인버거 씨는 나파밸리 ‘오퍼스 원’의 전성기를 이끌고,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클레르 미용’ 등에서도 양조를 담당한 양조계의 거목. 자연과 사람의 멋들어진 하모니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콜럼비아 크레스트 와인을 얘기할 때 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가격 대비 맛이다. 와인전문가 안준범 씨는 “가격 대비 맛이 너무 좋아 2000년 대 초중반부터 잘 팔렸다. 가격 대비 나무랄 데 없다. 훌륭하다”고 말했다. 비싸지 않은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나라별 공급 물량을 알로케이션(allocation)으로 한정하는 부분 또한 가격 대비 맛의 수준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콜럼비아 크레스트 투 바인스 리슬링. 우아한 달콤함이 매력적이다.

참 그런데 이 와인의 이름에 붙은 ‘투 바인스’가 의미하는 건 뭘까.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두 개의 나무줄기. 이는 포도나무 열매가 햇빛을 가장 잘 받을 수 있도록 포도나무 줄기를 양 쪽으로 펼치고, 각 줄기에서 세부 줄기가 하늘을 향해 직각으로 올라가도록 만드는 콜럼비아 크레스트의 개성 있는 재배법을 말한다. 이를 통해 보다 풍부한 향기와 색상, 복합미가 가능하다는 게 와이너리 측 설명이다.

▲한줄 가이드=적당히 달콤한 리슬링 와인을 좋아한다면 주저 말고 선택할 것! 기대 이상의 맛으로 보답하니까.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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