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의약품 수사 진두지휘 류동호 식약청 파견 검사
6월 29일 오전 9시 충북 제천시 남제천 농협 건물 앞에서 막 출발하려던 트럭 한 대가 급정거를 했다. 새벽부터 잠복하던 식품의약품안전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원들이 갑자기 앞을 가로막았다. 이 트럭은 유통기한이 지난 고추장으로 만든 볶음 고추장을 항공 기내식으로 납품하러 가던 길이었다.
9일 출범 6개월을 맞은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지난해 단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던 약사법 위반 사례를 올해 80여 건이나 적발했다. 식의약품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류동호 특별수사기획관(38·사시 41회·사진).
식약청에 처음 파견된 검사인 류 수사기획관은 “민생 범죄에 치중하는 검찰에 식의약품 수사는 사각지대였다”며 “식의약품 범죄는 생명과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줄 수 있는 데다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심각성이 있는데도 검찰은 전문성이, 식약청은 수사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시절 불법 사향 유통과 민간 식품위생검사기관의 허위 성적서 발급 등을 수사하면서 식의약품 수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공업용 에탄올을 섞은 국수가 유통된 것을 사례로 들며 “국민은 ‘안심’을 원하는데 아직 ‘안전’조차 확보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섯 살짜리 딸과 즐겨 먹던 국수에 공업용 에탄올을 섞었다니 기가 찼습니다. 사실 아빠의 마음으로 수사를 했습니다.”
식의약품 수사는 사후 적발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도 검찰과 식약청의 공조가 필요한 대목이다. 수사 결과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같은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관련업체들에 알려주는 ‘알리미 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류 수사기획관은 “앞으로 수사 범위를 불법 의료기기, 화장품으로 확대해 갈 예정”이라며 “이들 분야에서도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특별사법경찰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입법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범죄수사부(OCI)처럼 식의약품 수사 최고 기관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놓는 것.
“우리 아이들의 먹을거리 안전을 최전방에서 지키는 일이니 보람이 큽니다. 식의약 범죄가 정말 ‘범죄’라는 것을 수사 결과로 말하겠습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