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지하로 ‘도로 대동맥’이 뚫린다. 서울시는 총사업비 11조2607억 원을 들여 지하 40∼60m 깊이에 총연장 149km인 지하도로망을 만들어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개통하겠다고 5일 밝혔다. 시는 올해 안으로 기본계획 용역을 끝낸 뒤 2010년부터 설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
동서남북 관통 149km… 서울 전역 30분내 이동
2017년부터 개통… 民資유치-화재대책 등 숙제
김상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서울 남북을 연결하는 3개 축과 동서 간 3개 축이 만나는 6개 노선으로 건설할 것”이라며 “동서1∼3축과 남북1, 2축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추진하고, 남북3축은 시 예산으로 지어 무료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자사업 구간은 2013년 사업시행자를 결정하고,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건설한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이들 민자 노선은 사업자와 논의를 거쳐 통행료를 받을 예정이다.
○ 양재동∼종로 13분
2010년 가장 먼저 설계에 들어갈 남북3축 구간은 서울 강남구에서 노원구에 이르는 노선. 현 동부간선도로 구간 지하에 건설된다. 남북1축 구간은 경기 시흥시와 서울 은평구를, 남북2축은 서울 강북지역과 경부고속도로를 각각 잇는다. 제2자유로, 북부간선도로 사이와 서울 양천구, 강동구 사이를 횡단하는 동서1, 2축 구간은 수도권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의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동서3축 구간은 2013년 개통될 강남순환도로와 함께 강남지역의 교통 흐름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본부장은 “지하도로가 개통되면 현재 40여 분 걸리는 양재동에서 도심까지의 통행 시간이 13분 내로 단축될 것”이라며 “지상 교통량의 21%를 흡수하고, 평균 통행속도 역시 시속 8.4km 정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돼 서울 어디든지 30분 안에 이동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복층으로 건설되는 지하도로는 15인승 이하 자동차와 3t 이하 화물트럭 등 소형차만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기존 동부간선도로를 철거한 뒤 들어서는 남북3축 구간은 대형차도 통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동부간선도로가 있던 중랑천 일대에는 200만 m²(약 60만 평)에 이르는 하천공원이 들어선다.
○ 화재, 방수 대책 철저히 해야
이번에 추진되는 지하도로는 기존 도로 밑에 건설되기 때문에 토지보상비가 거의 들지 않아 경제성이 높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교통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혼잡비용 1조6070억 원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8360억 원을 포함해 연간 2조4430억 원의 경제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청원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미국 보스턴의 ‘빅딕(Big-Dig) 프로젝트’도 지상의 도로를 지하로 보내고, 지상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줘 성공한 케이스”라며 “1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지만 시간 절감에 따른 이익과 환경 개선을 고려한다면 경제성은 충분히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도로 곳곳에는 불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센서와 스프링클러, 배기구가 설치돼 화재에 대비한다. 250m 간격으로 설치될 대피소에는 에어 커튼이 설치돼 매연과 연기의 유입을 막는다.
그러나 대피소와 지상을 연결하는 통로가 없고, 배기구 외에는 불이 났을 때 환기를 시킬 만한 특별한 시설이 없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남북3축 노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이 민자사업이어서 적절한 사업자를 구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