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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광화문광장만은 좀 놔두시오”

입력 | 2009-08-04 02:59:00


野 “집회 허가하라” 몸싸움… 시민 대피소동

“광화문광장은 서울시민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피켓과 플래카드를 든 20여 명이 들어섰다. ‘광화문광장 조례안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모인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4개 야당의 시의원들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서의 불법 집회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까다롭게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한 집회였다.

이번 기자회견은 1일 시민에게 개방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첫 집회이자 ‘불법’ 집회로 그 주장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집회를 허가하라”는 것이었다.

주최 측 사회자가 발언을 시작하자 경찰은 확성기로 “이 집회는 미신고 불법 집회이므로 자진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주최 측 관계자 2명이 확성기를 든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에게 “우리는 집회를 하는 게 아니라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라며 항의했지만 경비과장은 “피켓에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으니 명백한 집회”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실랑이를 벌이는 가운데 기자회견은 계속됐다. 이수정 민주노동당 서울시 의원은 “광화문광장은 시민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몇몇 시민은 박수를 쳤지만 “또 집회냐? 여기는 좀 놔둬라!”라고 고함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마지막 순서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려 하자 경찰이 해산작전에 나섰다. 오전 11시 반경 경찰은 행사 관계자 10명을 연행했다. 몇몇은 끌려가면서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근처에 있던 시민이 몸싸움에 치이거나 발을 밟혔고, 10세 남짓한 한 남자 아이가 넘어지기도 했다. 수서경찰서로 연행된 10명은 이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잠시 후 경찰차가 떠나고 기자회견이 있었던 자리에는 한 노(老)부부가 서로의 손을 잡고 광장을 둘러보며 서 있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왔다는 엄형만(80) 지연자 씨(76·여) 부부였다. 조금 전 집회를 봤느냐는 질문에 엄 씨는 “집회?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지 씨는 “여기는 그런 거 안 했으면 좋겠네”라고 말했다. 엄 씨는 “광화문광장이 노인들 데이트하기에 너무 좋다”며 “우리 결혼 전 여기서 경복궁까지 걸어서 데이트하던 생각이 난다”며 웃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동아일보 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