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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리포트]국가대표 게임회사 엔씨소프트

입력 | 2009-06-27 03:00:00


벤처정신으로 도전 또 도전… 해가 지지 않는 ‘리니지 나라’

‘리니지’ 신화 이어 ‘아이온’ 열풍
북미-유럽-러시아 연내 진출 계획
11년 누적 매출액 2조원 달성

24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엔씨소프트 본사 15층. 12년 전 이 회사를 만든 김택진 사장이 부스스한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그는 매일 오전 1, 2시가 돼야 퇴근할 만큼 지독한 ‘일 중독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사장은 스스로를 가리켜 “나는 회사의 큰 방향만 제시하는 빌 게이츠보다는 직접 신제품을 들고 나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스티브 잡스 형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게임 개발의 모든 과정을 조율하는 것은 물론 게임이 상용화된 이후에도 서비스 개선점을 찾기 위해 늘 게임 속 세상을 전전한다.

최고경영자(CEO)의 이러한 모습은 국가대표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의 유전자(DNA)에도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리니지 시리즈가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사랑받으며 누적 매출액 2조 원을 달성한 데는 벤처정신을 토대로 한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멈춤은 없다…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다”

리니지가 처음 세상에 선보인 1998년 9월. 한국 게이머들은 리니지에 열광했다. 신일숙 작가의 원작 만화 ‘리니지’에서 따 온 탄탄한 캐릭터 및 환경 설정에다 최초의 ‘공성전(성이나 요새를 뺏기 위한 싸움)’을 도입해 이용자들 간의 거대 커뮤니티 형성을 유도함으로써 온라인게임의 새 지평을 열었다. 상용화 15개월 만에 100만 명의 회원을 모은 이 게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누적 회원이 4300만 명을 넘어섰다.

리니지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톱10’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덕분. 대규모 업그레이드만 하더라도 19회에 이른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롤플레잉게임(RPG)의 업그레이드는 기존 시스템과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연결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소프트웨어와 달리 또 하나의 온라인게임을 선보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온라인게임을 하나의 소비상품으로 보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은 결과였다. 이른바 게임세상의 끊임없는 진화가 수많은 마니아층을 양산하게 된 것이다.

5년 뒤인 2003년 상용화된 리니지2는 RPG에서의 3차원(3D) 그래픽에 표준을 제시했다. 100억 원이 넘게 들어간 이 후속작은 전작인 리니지의 인기를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경쟁하는 예상치 못했던 구도를 만들어냈다. 리니지는 2002년 연 매출액 1546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지난해에도 1276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인기를 지속하고 있다. 리니지2의 경우 상용화 이듬해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1498억 원)까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리니지 시리즈가 1998∼2008년 11년간 올린 매출은 모두 1조9762억 원. 한국에서 문화콘텐츠의 위력이 이처럼 강력하게 나타난 적은 이제껏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 해외에서의 잇단 성공…“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엔씨소프트는 2005∼2008년 매년 2200억∼2400억 원의 비슷한 매출액을 올렸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05년 720억 원 △2006년 518억 원 △2007년 469억 원 △2008년 456억 원으로 갈수록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엔씨소프트는 힘차게 날아올랐다. 1분기(1∼3월) 매출이 1031억 원으로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분기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어섰다. 또 이 기간 영업이익도 434억 원이나 냈다. 올 1분기에만 400억 원대의 매출액을 올린 신작 ‘아이온’의 초대박 행진 덕분이다.

사실 아이온은 해외에서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이온은 올 4월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다음 달 초 대만과 일본에서 대대적인 오픈베타(OBT)서비스 론칭 행사를 연다. 김 사장도 양국 행사에 모두 참가한다. 리니지 시리즈가 수출된 일본, 대만, 중국 등에는 ‘개발자 김택진’의 고정 팬이 상당수 있기 때문. 김 사장은 “해외서비스 총괄책임자(김 사장의 부인인 윤송이 부사장)가 따로 있지만 현지에 아이온에 대한 더 큰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방문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9월부터는 북미 및 유럽 게이머들도 한국 토종 게임인 아이온을 즐길 수 있게 되고, 러시아에서도 올해 내 정식 서비스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액 2402억 원 중 416억 원(17.3%)을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아이온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하면 절대적인 수출액은 물론 총매출 대비 수출 비중도 급상승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 “내가 가는 길이 곧 후배들의 길이다”

김 사장은 1년에 한두 차례 대학에서 강연을 한다. 2007년 11월 21일 서울대, 지난해 11월 6일 고려대, 그리고 지난달 29일 다시 서울대에서 자신의 성공담을 후배들 앞에서 풀어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듣고 싶어 하는 ‘벤처 꿈나무’들은 너무나 많다. 늘 그렇듯 올해 강의에서도 김 사장은 연예인 못지않은 ‘사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스타 CEO로서 좀 더 자주 후배들 앞에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답변은 이랬다. “강연으로, 말로 주는 메시지도 있겠지만 저는 저 자신이 그리고, 엔씨소프트라는 회사가 걸어가는 길 그 자체가 훌륭한 모델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