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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상박…김성근-조범현 사제 빅뱅

입력 | 2009-06-23 08:18:00


2위 SK-3위 KIA 광주 3연전

청출어람(靑出於藍). 쪽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쪽빛보다 더 푸르다. 제자가 스승에게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은 그 스승을 뛰어넘는 것이라지만 냉혹한 승부의 세계인 프로야구는 사제간의 정보다 승리가 먼저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예비 플레이오프로 꼽히는 2위 SK와 3위 KIA의 대결이라면 스승과 제자 모두 결코 물러 설 수 없는 승부다.

SK의 김성근(67) 감독과 KIA의 조범현(49) 감독. 야구계에서 둘째라면 서러운 사제간의 깊은 정을 자랑한다. 그러나 사제가 맞붙는 23∼25일 광주 3연전은 프로야구 반환점이자 하반기 두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여부도 점쳐 볼 수 있는 중요한 일전이다.

이번 시즌 두 팀의 상대 전적은 4승 4패 1무로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4월 7일 첫 경기부터 SK가 KIA를 4-3으로 간신히 제치면서 치열한 싸움을 시작했다. 8일 2차전은 KIA의 2점차 설욕, 9일 3차전은 4시간 22분 연장 12회 무승부 혈전이었다. 5월 15일 다시 만난 3연전도 서로 단 한차례 3점차 이상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5월 26일과 27일까지 문학 3연전까지 이어졌던 양 팀의 3점차 이내 승부는 28일 SK가 KIA를 7-1로 이기며 무너졌다.

KIA는 중위권으로 추락한 5월 중순, 막강전력을 과시하며 단독 1위로 치고 올라간 SK와 만나도 1점차 끈질긴 승부를 벌이며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그 만큼 스승과 제자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김 감독과 조 감독은 33년 전인 1976년 충암고에서 감독과 선수로 처음 만나 1982년 OB에서 코치와 선수, 다시 1993년 조 감독이 삼성에서 은퇴하자 김 감독이 쌍방울에서 지도자의 길을 열어주며 감독과 코치로 깊은 인연을 이었다.

쌍방울에서 어려운 살림을 함께했고 10여년 세월이 흘러 이제 국내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지원을 자랑하는 두 팀 SK와 KIA의 수장으로 만나 서로의 비기인 데이터야구로 다투고 있다. 특히 단기간의 처방보다 망가진 팀의 체질부터 바꿔 강팀으로 다시 만드는 실력을 함께 인정받고 있다. KIA가 3연전을 싹쓸이하면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는 3연전이다.

“KIA가 이번 시즌 참 잘 한다”(김성근) “SK는 여전히 강팀이다”(조범현 감독) 누구보다 서로를 닮았고, 잘 알며, 아끼는 사제간의 명승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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