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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子在어시니 回何敢死리잇고

입력 | 2009-06-22 02:56:00


공자가 匡(광)이란 곳에서 陽虎(양호)란 사람으로 오인되어 난처한 처지에 놓여 있을 때 일이다. 제자 顔淵(안연)이 일행보다 뒤처져 아무도 그의 생사를 알 수가 없었다. 마침내 안연이 합류하게 되자, 공자는 “네가 죽은 줄만 알았다(吾以汝爲死)”고 했다. 그러자 안연은 위와 같이 대답했다. 안연은 공자가 해를 모면하고 피신해 계시리라 확신했고, 어떻게든 선생님을 모시려고 했던 것이다. ‘논어’ ‘先進(선진)’편에 나오는 이 일화를 통해 안연이 공자를 얼마나 신뢰하고 경애했는지 잘 알 수가 있다.

子는 선생님이니, 공자를 가리킨다. 在는 존재한다, 살아 있다는 뜻이다. 신성한 기구를 표시하는 才와 士로 이루어져 점유와 지배의 뜻을 나타낸 글자인데 존재동사로 쓰인다. 回는 안연의 이름으로 1인칭 대용이다. 何敢은 어찌 감히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는 어법이다. 何敢死는 반문의 어법을 빌려 가볍게 죽을 수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고려 말의 李穡(이색)은 안연의 이 말에 공자가 평소의 삶이 神明(신명)의 뜻과 부합하므로 기도를 일삼을 필요가 없다고 했던 것과 같은 뜻이 들어 있다고 보았다. ‘述而(술이)’편에 나왔듯이, 공자가 위독하자 子路(자로)는 산천에 제사지내려고 했지만 공자는 “내가 기도해 온 것이 오래되었다”고 말하면서 거부했다. 이색은 ‘獨夜(독야)’ 제7수에서 “深知無所禱(심지무소도) 척若度朝暮(척약도조모)”라고 했다. “목숨을 빌 데가 달리 없음을 잘 알기에 하루하루를 조심조심 지낸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아버지가 생존해 계시면 자식 된 사람은 가벼이 難(난)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정약용은 안연이 선생님을 아버지처럼 여겼기 때문에 자식의 도리를 다했다고 풀이했다. 삶을 추동하는 힘은 정녕 누군가에 대한 신뢰와 경애의 마음에 있을 법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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