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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웃긴 개콘 ‘성공 경영학’ 있었네

입력 | 2009-06-02 02:59:00


《1999년 7월 18일 오후 9시. KBS 2TV는 개그맨 여러 명이 등장해 다양한 코너를 선보이고 이를 공연처럼 전달하는 파일럿(시험)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인기를 끈 코미디 공연을 TV로 끌고 들어온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해 9월 ‘개그콘서트’(일 오후 9시 5분)라는 제목으로 정규 편성된 뒤, 10년 동안 평균 19.2%(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편당 제작비가 1억여 원에 이르는 드라마도 이 정도 시청률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송사로서는 이만한 효자가 없는 셈이다. ‘개콘’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기업이 성공하려면 ‘현실 부정’ 등 7가지 습관을 깨뜨려야 한다고 밝힌 책 ‘배드 해빗(bad habit)’을 토대로 그 비결을 들여다봤다. 이 책의 저자 미국 에머리대 고이수에타 경영대학원의 잭디시 세스 교수는 ‘핵심역량에 대한 지나친 의존’ ‘영역 의식’ ‘근시안적 경쟁’ 등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

○ 기존 성공신화를 깨뜨려라

인기 코너라도 영원한 고정은 없다. 개콘은 대표 코너 ‘봉숭아학당’을 2007년 1월 폐지하고 반응이 좋았던 ‘자투리 개그’ 등으로 대치했다가 2008년 4월에 부활시켰다. 2008년 11월에는 장수 코너 ‘대화가 필요해’도 2년 만에 내렸다. 한 가정의 식사 장면을 통해 대화가 단절된 가족을 풍자한 이 코너의 인기는 여전했으나 등장인물의 이미지가 고정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코너에서 아들을 연기했던 장동민은 ‘할매가 뿔났다’의 할매 캐릭터로 새롭게 변신했다. 김준호는 ‘바보삼대’의 바보, ‘봉숭아학당’의 이장, ‘하류인생’의 형님, ‘집으로’의 할머니, ‘같기도’의 사범 등으로 꾸준히 변신했다. ‘깜빡 홈쇼핑’의 안어벙으로 인기를 모았던 안상태도 안습극단, 어색극단, 뜬금뉴스 등을 거치며 ‘안상태 기자’ 캐릭터를 다듬어 봉숭아학당에서 ‘난 …했을 뿐이고∼’로 2008년 ‘대박’을 냈다.

○ 핵심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마라

2003년 1월 개콘에서 활약하던 한 소속사의 개그맨들이 대거 이탈해 그해 4월 방송을 시작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로 옮겼다. 개콘은 남아있던 ‘갈갈이 패밀리’ 중심으로 운영하는 한편 신인들을 발굴하며 인력 풀을 다변화했다. ‘한반도 유머 총집합’(KBS코리아 2002년 4월∼2004년 3월)에서 유세윤 강유미 장동민을 발굴하고 ‘개그사냥’(2005년 5월∼2006년 11월)에서 박성광과 박영진 등을 훈련시켰다. 이들은 핵심 멤버가 됐다. 인기가 있다고 해서 우선권을 주는 것도 아니다. ‘해피선데이-1박 2일’ 등에 출연하는 이수근은 ‘웃겨버릴 거야’ 코너를 만들었으나 반응이 저조하자 2주 만에 물러났다.

○ 영역 의식을 버리고 고객(시청자)을 중심으로 재조직하라

개콘 출연진의 소속사는 현재 10개가 넘는다. 특정 소속사 개그맨들이 ‘자기 사단 시스템’으로 코너를 만드는 방식을 넘어 소속사 간의 벽을 허문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그맨들이 코너별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다. ‘씁쓸한 인생’ 코너에 등장하는 개그맨들의 소속사는 4개다. 특정 코너의 아이디어를 낸 개그맨이 반드시 그 코너를 맡는 것은 아니다.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은 애초 유세윤 장동민이 아이디어를 냈으나 연출진과 협의 끝에 황현희 유민상이 맡았다. ‘범죄의 재구성’ 등에서 뻔뻔한 말개그를 펼쳤던 황현희는 황PD 캐릭터와 맞아 떨어지며 코너를 성공시켰다.

○ 근시안적 경쟁을 극복하라

위기도 있었다. 개콘의 성공은 오랫동안 일요일 오후 9시대로 고정 편성돼 시청자에게 각인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2008년 4월 KBS1 드라마 ‘대왕세종’이 KBS2 오후 9시대로 옮겨 오면서 개콘은 오후 10시 10분으로 늦춰진다. 개콘의 맞상대는 당시 시청률이 30%를 넘던 SBS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 이후 개콘 시청률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오후 9시대로 옮겨 온 2008년 11월에 재상승곡선을 그렸다. 최근 300회를 방영한 SBS ‘웃찾사’와 149회를 내보낸 MBC ‘개그야’는 2007년 5월 이후 시청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며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498회의 개콘은 20%를 웃돌고 있다. KBS 김석현 PD는 “남녀노소 모두 웃을 수 있는 코너를 배치하고 짧고 허탈한 웃음보다 현실에서 공감할 수 있는 개그를 꾸준히 개발한 게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