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성명 의미와 전망
NLL 무력화 ‘행동’ 예고
軍, 서해 전력 증강 배치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26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선언하자 북한은 다시 하루 만에 ‘군사적 타격’을 위협하며 맞대응했다. 북한은 그동안 PSI 전면 참여가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강조해 온 만큼 예상된 수순이다. 그러나 북한이 구체적인 군사적 대응이라는 ‘행동’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군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서해 무력 충돌 위협과 핵실험 정당화=이날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명의의 성명은 3개 항을 담고 있지만 서해에서의 법적 군사적 분쟁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경고한 대목이 핵심이다.
북한은 1953년 설정된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신 자신들이 1999년 임의로 선포한 ‘해상군사분계선’을 내세웠다. 이를 토대로 북한 영해 안에 있는 서해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의 법적 지위를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근 해상을 지나는 미군과 남한의 군함, 그리고 일반 선박들의 안전항해도 위협했다. 특히 민간 어선까지 위협의 대상에 넣어 불법 나포 등의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북한은 남한의 PSI 전면 참여는 비난하면서도 그 촉발 원인이 된 자신들의 2차 핵실험은 정당화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은 “핵 보유국이 핵시험을 하는 것은 이상할 것 없으며 너무도 응당하다”고 강변했다.
▽북한의 거듭된 NLL 무력화 카드=북한의 서해 NLL 무력화 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당국자는 “늘 해오던 낡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북한은 1973년 NLL을 43차례나 침범한 ‘서해 사태’를 일으켰고 1977년엔 ‘200해리 경제수역’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1999년에는 ‘서해 해상분계선’과 ‘서해 5섬 통항질서’를 선포했고,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 교전을 일으켰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해 3월 28일 조선인민군 해군사령부 대변인 명의로 “NLL은 유령 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성명은 북한이 올해 들어 두 차례 언급한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월 17일 “불법 무법의 NLL이 아니라 해상군사분계선만 존재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어 조평통은 1월 30일 “북남기본합의서와 그 부속합의서에 있는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에 관한 조항들을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은 한미 연합군의 대응타격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력도발을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당국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도발 의지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한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실력 행사를 공언한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의 한 간부는 “남한의 PSI 참여가 선전포고라고 공언했기 때문에 체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NLL 도발 위협 등 묵은 카드를 들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서해 NLL이나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MDL)에서 국지적 도발에 나서거나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가는 육로 통행을 차단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군 당국은 NLL 방어와 관련해 최일선 경계임무는 해군 고속정이 맡되 북한의 도발이 임박하면 구축함을 NLL에 근접시켜 유사시 북한 경비정을 격침할 계획이다. 군은 또 백령도와 연평도에 K-9 자주포와 대공 미사일을 증강 배치해 북한의 해안포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도 북한 전투기의 NLL 월선에 대비해 비상출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