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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달라도 다함께/“전통문화 알아야 한국과 친해지죠”

입력 | 2009-05-07 06:41:00


4일 오후 3시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개발제한구역 내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인천 예절원’. 올 1월부터 이곳에서 무료로 한자 공부를 하고 있는 사할린 동포 60, 70대 할머니 10명이 모여 백설기로 ‘떡 케이크’를 만들고 있었다. 절편을 장미 꽃송이처럼 예쁘게 다듬어 떡 케이크에 꽂아 보면서 자신들의 솜씨에 감탄을 자아냈다.

사할린에 자식을 두고 온 이들은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한자 공부 대신 자축 행사를 갖는다. 예절원의 이근배 원장(56)과 부인 문정희 부원장(56)의 배려 덕분이다. 이 원장 부부는 청소년을 ‘예절 전도사’로 키우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다문화 가정을 위한 강좌도 마련하고 있다.

소래포구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할린 동포 할머니들은 지난해 10∼12월 남동공단 등에서 일하는 다문화 가족들과 이곳을 처음 찾았다. 당시 남동구가 ‘소외 계층을 위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예절원에 위탁했다. 3개월간의 남동구 위탁 교육이 끝나자 사할린 할머니들이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할린에서 온 할머니들이 월 45만 원가량의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한국 생활에 적응을 못해 ‘괜히 고국에 왔다’고 후회를 많이 하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무료 한자강좌를 진행하게 됐죠.”

문 부원장은 “러시아에서 대학까지 나온 할머니들은 한자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자격증까지 따려 한다”며 “이들이 소래포구에 사는 새터민(탈북자) 자녀에게 한자 학습을 해주면 약간의 용돈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예절원은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지난해 말 ‘한국전통문화원’을 별도로 개원했다. 다도, 전통요리 만들기, 김치 담그기, 맷돌 갈기 등 다양한 체험이 이어진다. 2월 말레이시아 정부 장학생 60명을 대상으로 1박 2일간 ‘한국의 문화 풍습 익히기’를 했다. 그 전에 중국 칭다오와 톈진 지역 청소년들이 이곳을 찾았고, 추석 등 명절과 김장철 때 외국인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원장은 대학 교직원, 문 부원장은 고교 교사를 지냈던 교육자였는데 퇴직금을 모두 털어 2001년부터 예절원을 운영하고 있다. “노후에 좀 뜻 깊은 일을 하면서 살자”고 마음먹고 시작한 것이 예절교육 사업이다. 문 부원장은 한식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예절교육을 하기 위해 전통음식연구소와 궁중음식연구원에서 1년간 전통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이곳에선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일일 문화체험’ ‘청소년 예절학교’ ‘문화체험마당’ ‘시민 문화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바른 인사 예법, 가족 및 사회 예절, 전통 생활문화 체험, 다도 교육을 받은 수강생이 지난 한 해에만 1만2000명이었다. 032-464-8254, www.incc.or.kr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