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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뽑는데 학력-나이가 왜 필요한가요”

입력 | 2009-04-22 02:57:00

한국이 낳은 스타 요리사 에드워드 권 씨가 돌아온다. 그가 서울에서 직접 경영할 레스토랑 ‘에드워드 권’은 학력과 나이를 묻지 않는 채용 방식으로 예비 요리사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길을 열어 주었다. 사진 제공 북하우스 퍼블리셔스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 수석조리장 에드워드 권 씨

국내 레스토랑 직원 모집에…이력서 하루 1300통 오기도

“세계적인 요리학교 설립 꿈”

“형편이 넉넉지 못해 국비지원 호텔조리과정을 배우고 있는데 셰프님이 오픈할 레스토랑에 지원하려고 매일 기다리고 있습니다…. 5를 꿈꾸는 사람은 거기서 멈추지만 10을 꿈꾸면 7∼8까지 도전할 수 있다는 셰프님 말씀을 기억하며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

두바이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의 수석총괄조리장 에드워드 권 씨(38)가 8월부터 국내에 레스토랑 4곳을 차례로 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문의가 폭주하는 등 요리사 지망생들의 관심이 뜨겁다.

2월 중순 버즈 알 아랍 호텔에 사표를 제출한 권 씨는 22일 귀국한다. 버즈 알 아랍 호텔은 아직 그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상태다.

그가 우선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나란히 문을 열 레스토랑 ‘에드워드 권’ ‘에드워드 권 비스트로’에서는 직원 60명을 채용할 계획이며 이 중 20명은 요리 경력이 전무해도 지원할 수 있다. 조리부와 서비스부문은 5월 방송을 통해 공개 채용하고 일부 부서는 25일 홈페이지(www.edwardkwon.com)에 모집 공고를 띄울 예정이다.

그의 직원 채용이 주목받는 이유는 학력과 나이를 묻지 않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권 씨 자신이 강릉영동대를 졸업한 뒤 편견을 딛고 세계적인 요리사로 우뚝 서는 신화를 쓴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펴낸 책 ‘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에서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한국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하루 20시간씩 일하며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그 시절을 회고했다.

‘에드워드 권’ 관계자는 ‘학력, 나이 불문’ 소식이 알려진 뒤 처음엔 이력서가 하루 1300통씩 접수돼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채용 공고가 나기 전인데도 이력서가 폭주해 홈페이지 서버가 곧잘 다운되는 바람에 현재 이력서 접수가 중단됐다.

그러나 채용 공고가 뜨기만을 기다리는 요리사 지망생들의 발걸음은 매일 이어진다. 게시판에는 “아무리 고되어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며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 잇따랐다. 요리를 배울 형편이 안 돼서, 대학 진학에 실패해서 꿈을 접었던 예비 요리사들에게 ‘에드워드 권’ 레스토랑이 다시 도전할 용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권 씨의 레스토랑 오픈 소식에 들뜬 사람은 요리사 지망생뿐만이 아니다. 세계 유일의 7성급 호텔 출신 요리사의 음식을 맛보기 위한 예약 문의도 폭주하고 있는 상태. 홈페이지에는 ‘정확한 오픈일이 정해지기 전까지 사전 예약은 받지 않는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권 씨는 “미국의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프랑스의 르 코르동 블뢰(Le Cordon Bleu)처럼 세계적인 요리학교를 한국에 세우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농장에서 키운 재료를 직접 다루는 법부터 식당에서 요리를 완성하는 전 과정을 가르치기 위해 이스라엘 키부츠 형태의 학교를 염두에 두고 있다. 권 씨는 레스토랑 사업으로 올린 수익을 요리학교를 세우기 위한 기금으로 적립할 뜻도 밝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에드워드 권(본명 권영민):

강릉영동대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서울 리츠칼튼호텔에 실습하러 나왔다가 정식 직원이 되었다. 200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리츠칼튼호텔 수석조리장을 시작으로 한국W호텔 부총주방장, 중국 톈진 셰러턴그랜드호텔 총주방장, 두바이 페어몬트호텔 수석총괄조리장을 거쳐 2007년 두바이 버즈 알 아랍의 수석총괄조리장이 되었다. 2003년 미국요리사협회가 뽑은 ‘젊은 요리사 톱10’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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