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 주변에 태양광발전소 추진
‘바람 잘 날 없는 철새 보금자리.’
유명 철새도래지이자 지난해 람사르총회 공식 방문지였던 경남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가 또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저수지 주변에 대형 건축물이 난립해 유수지가 훼손됐다는 지적에 이어 이번에는 태양광발전시설이 논란이 됐다.
▽“집광판이 철새 쫓는다”=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19일 “주남저수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이유로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주남저수지는 철새도래지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사업자가 태양광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동읍 월잠리 동판저수지 인근은 재두루미가 먹이 섭취와 휴식처로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며 “집광판이 광범위하게 세워지면 반사광이 철새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창진환경연합 임희자 사무국장은 “거대한 반사판을 머리에 이고 있는 주남저수지 위를 날아올 배짱 큰 철새는 없다”며 “저수지 입구에 아파트가 건립되면서 아파트 불빛 때문에 철새가 줄어든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를 보호하려는 그동안의 노력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며 “태양광발전시설은 공공기관 옥상이나 못쓰는 땅 등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민간사업자인 W태양광발전소는 지난달 초 경남도에 전기사업허가를 신청했다. 월잠리 1-40 등 4필지 1487m²의 목장용지에 1320m²의 집광판을 설치해 40kW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판매한다.
경남도는 지난달 31일 창원시의 의견을 들었다. 창원시는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면 반사광이 발생해 주남저수지의 철새들이 도망갈 수 있다”며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의견을 보냈다. 경남도는 최근 “전문가에게 자문한 뒤 가부를 통보해 달라”고 다시 창원시에 요구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창원시의 의견이 허가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전기사업허가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주남저수지에는 생태학습관에 이어 지난해 람사르문화관과 전망대가 들어섰고 습지학습원 건립이 추진되면서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다. 최근에는 동판저수지의 유수지 무단 매립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