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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환익]‘역 샌드위치’ 수출에 안주 말자

입력 | 2009-04-01 02:58:00


예상했던 대로 2월에 이어 3월에도 무역 흑자가 크게 늘었고 수출 감소 폭은 많이 줄어들 것 같다. 미국과 중국에서 시작된 경기바닥론도 만만찮게 고개를 들고 금융 경색도 좀 풀리는 듯하다. 이런 여건에 힘입어서인지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못했던 코스피 1,400 선과 달러당 환율 1200원대를 점치기도 한다. 경제가 바닥을 쳤다며 ‘묻지 마 투자’를 다시 부추기는 움직임까지 보면서 정작 경계해야 할 점을 놓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천문학적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으면서도 극심한 수출 부진과 집단해고에 시달리는 일본의 관리나 기업인은 한국 경제가 여러 산업 부문에서 잘 버티고 오히려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현상을 참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유는 환율이 상승했고 우리 제품의 높아진 품질과 기술력이 세계시장에서 재발견되어 소위 ‘역(逆)샌드위치’의 기회를 맞은 때문이 아닐까 한다. 상황이 조금 좋아질 기미를 보인다고 역샌드위치가 도깨비 방망이처럼 전지전능하게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견해도 있다. 심지어 잘되는 산업이 역샌드위치 산업으로 분류되고 역샌드위치 주식까지 등장한다. 역샌드위치 효과는 순전히 환율 효과이므로 환율이 떨어지면 거품으로 끝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역샌드위치가 환율 효과만 얘기한 것이라면 원화가 약세장을 벗어날 때 수출 상품은 다시 샌드위치 신세로 돌아가야 맞다. 이렇게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이는 필자가 주장하는 역샌드위치도 아니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재발견된 한국 상품과 기업의 경쟁력을 계속해서 살려 나가자는 말이다. 한국이란 브랜드 때문에 디스카운트되었던 우리 상품이 경제위기를 맞아 세계의 글로벌 기업과 소비자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구매 패턴에 딱 맞는 상품으로 인식되는 일, 부채비율이 낮은 우리 기업의 기초 체력과 억척스러운 마케팅 노력이 합쳐지면서 시장을 넓혀가는 일, 그래서 환율이 과거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넓혀진 시장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일이 역샌드위치이다.

역샌드위치가 곧 효용성을 테스트 받을 것이다. 떨어지는 환율과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의 만만찮은 반격이 기다린다. 환율의 도움이 없더라도 해외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한층 더 경쟁력을 갖추고 공격해 올 경쟁국 상품을 따돌릴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중국 지도부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첨단기술을 사들이고 필요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가 하면 많은 돈을 들여 우수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1월부터는 중국 경제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10대 산업 진흥 계획안’을 하나씩 발표했는데 기술 수준을 높여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수출 급감과 대량 실업으로 다급한 중국이 위기 후를 대비하는 장기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질적으로 훨씬 우수해진 중국 상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쉽게 상상한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대량 감원과 합병을 통한 경영 효율화로 잃어가는 가격경쟁력을 회복시켜 보려고 백방의 노력을 하고 있다. 환율이 거꾸로 가기 시작해서 일본이 가격을 20%만 낮출 수 있다면 세계시장에서 일본 상품과 경쟁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더라도 역샌드위치라는 말이 효용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새롭게 발견한 경쟁력을 키워나가지 않고 환율에 기대서 무임승차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역샌드위치의 부메랑을 맞고 말 것이다. 아이로니컬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중국의 기술과 품질을 두려워하고 일본의 가격 공세에 시달리는 신종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휘말리지 말라는 법도 없고 보면 우리 경제를 차제에 한 단계 도약시키는 일 외에는 선택이 없다. 지금은 역샌드위치의 호기에 취해도 안 되고, 현재의 상대적 우위가 환율만 내려가면 꺼지는 거품이나 신기루라고 의미를 축소할 필요도 없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하여 새로 발견한 장점을 계속 키우면서 급한 불과 먼 산의 불을 함께 꺼 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조환익 KOTRA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