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회’ ‘대산문화’ 등 비판적 논의 필요성 제기
“인기작가 위주 연재, 새로운 지면확보 이상 의미 없다”
최근 작가들의 잇따른 온라인 소설 연재로 인터넷이 본격문학의 새 매체로 부상했다. 박범신 작가의 ‘촐라체’ 연재를 시작으로 가속화된 인터넷 연재는 공지영, 정이현 작가 등으로 이어졌다. 인터넷서점 인터파크는 9일부터 김경욱, 전아리 작가의 장편 연재와 함께 다음 달부터 신인 작가들의 신작 단편도 게재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새로운 문학 환경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문단 곳곳에서 대두되고 있다.
계간 ‘문학과사회’ 봄호의 권두언에서는 인터넷이 한국 문학의 새 활로를 개척할 것이란 섣부른 기대에 신중론을 제기했다. 이 책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상호 소통의 계기’ ‘본격문학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던 대중을 위한 새로운 기회’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의 특성상 지명도 있는 소수의 작가와 대중성을 갖춘 작가를 중심으로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의 장편을 온라인에서 먼저 선보이는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또한 인터넷 연재의 특성상 “낯선 미학을 시도하기 힘들어 작품의 창조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고 평가했다.
이런 논의는 계간 ‘대산문화’ 봄호에서도 펼쳐졌다. ‘인터넷으로 소통되는 문학’이란 소특집에서 소설가 이기호 씨, 문학평론가 정홍수 씨 등이 각각 소설가, 평론가 입장에서 인터넷 공간에 대한 의견을 게재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사과는 잘해요’를 연재 중인 이 씨는 인터넷 연재가 지면확보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힘들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연재 분량, 횟수, 삽화, 댓글 등이 기존의 신문사 홈페이지와 대동소이 하니 어떤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인터넷에 연재된 소설들이 다른 곳에서 연재되거나 상재된 소설들과 어떤 차별성을 지녔는가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하지만 내가 읽은 몇몇 작품들에서 그런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누리꾼들은 전혀 새로운 별개의 종족이 아니라, 그곳에 쭉 있어왔다”며 “새삼 호들갑 떨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정 씨도 현재로는 인터넷 매체가 기존 매체들과 차별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인터넷 연재소설들을 살펴보면 인터넷이라는 매체환경이 현재의 소설적 관습, 혹은 문학성에 별 시비를 걸 생각이 없거나 아예 무관심하다”며 “즉각적 재미, 속도감 등 인터넷 공간의 특성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소설이 자신의 생명을 연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에 대한 차분하고 비판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