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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소득 370만원 이하에 신용 6~10등급이면 신청 가능

입력 | 2009-02-24 02:57:00


■ 부채클리닉 상담 “더 늦기 전에…”

금융지식 몰라서 빚얻어 빚키우는 악순환 많아

상담통해 月105만원 적자 가정 22만원 흑자로

“정부-민간 ‘파이낸셜 플래닝’ 기관 더 늘어나야”

경기도에 사는 주모 씨(40)는 ‘조금만 일찍 부채클리닉에서 상담을 받았더라도 빚이 이 정도로 불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1년 전만 해도 그는 빚 걱정 없이 살았다. 그러나 근무하던 자동차 부품업체가 4월 감원에 들어가면서 주 씨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여유자금이 없던 주 씨는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고 대부업체 대출을 이용했다.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졌다. 이른바 ‘돌려 막기’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급전이 필요했던 주 씨에게 지난해 7월 한 브로커가 접근했다. 현금 300만 원을 바로 빌려줄 테니 미분양 아파트를 사라는 조건이었다. 아파트 살 돈이 없다고 하자 브로커는 가짜 서류를 만들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줬다.

이 브로커는 “대출이자는 우리가 갚아줄 것이고, 대출원금은 나중에 당신이 아파트 팔아서 갚으면 되니 손해 볼 것이 없다”고 꼬드겼다. 하지만 ‘억대’의 대출원금과 이자는 모두 주 씨 몫으로 남았다. 그는 “이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팔아넘기는 대가로 부동산 관련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절박했던 주 씨는 포도재무설계의 부채클리닉에 상담을 신청했다.



상담 결과 주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의 공동지분을 매각해 고금리 부채를 일부 해결할 수 있었다. 주택담보대출 문제는 포도재무설계 측이 소개한 변호사를 통해 사기혐의 입증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다.

주 씨는 “브로커를 만나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떠안기 전에 부채상담을 받았다면 이 정도의 고통은 없었을 텐데 혼자 끙끙대다 문제가 커졌다”며 “부채상담 기관이 늘어나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 씨(45)도 부채클리닉 덕택에 일수(日收)대출을 받아야 할 정도로 다급했던 빚 고민을 털어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생긴 3000만 원의 빚이 발단이었다. 몇 년 전 생활비가 부족해 이용했던 현금서비스가 신용카드 5개로 돌려막기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번졌다. 카드대금을 막기 위해 일수업자에게 500만 원을 빌리기까지 했다.

김 씨는 상담을 통해 ‘대환대출’로 고금리 빚을 끊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환대출은 기존 대출을 갚는 조건으로 처음 금융회사가 아닌 다른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방식.

김 씨는 몇 년 전 빌라를 담보로 받은 2500만 원의 대출을 갚는 조건으로 다른 금융회사에서 연리 6.5%로 6000만 원을 빌릴 수 있었다. 그동안 빌라 가격이 올라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이 늘어난 것.

6000만 원으로 카드 빚, 일수 대출 등 고금리 빚은 모두 갚았다. 매달 빚 갚는 데 드는 돈은 99만 원에서 32만5000원으로 줄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마이너스 통장을 쓰면서 보험상품에 과다 가입한다거나, 본인의 신용등급이면 더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는데도 고금리업체를 찾는 등 금융지식 부족으로 빚을 키우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정부와 민간 등 다양한 형태로 부채클리닉과 같은 ‘파이낸셜 플래닝’을 해주는 기관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