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방한 클린턴 국무 ‘보따리’ 속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9, 20일 한국을 방문해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뒤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다. 미국 새 행정부 출범 초기여서 클린턴 장관이 이번 방문에서 구체적 사안들에 대한 세세한 협의보다는 주로 동맹국의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으로선 내심 고민이 없지 않다. 클린턴 장관의 방한 기간에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지원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장관은 3일 영국과 독일 외교장관을 만나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문제를 거론했고, 국무부 측도 “서울에서 국제적인 협력 증대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정세 점점 악화… 오바마 “미군 2배 증파”
英-獨에 추가파병 거론… 한국에도 언급 가능성
외교부, 민간지원 확대 통한 재건기여 제시 방침
○ 미국의 아프간 구상과 한국 정부의 대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철군에 이어 아프간에서 전환점을 만드는 것을 해외 군사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꼽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지난달 27일 상원 군사청문회에서 “최대의 군사적 도전이 아프가니스탄”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미국으로서는 동맹 및 우방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미국이 전투병력 파견 요청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전문가는 6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각 정책 부서마다 차이가 있다”며 “국방부 측은 ‘군화를 신고 오기를 바란다’고 하고 국무부 측은 ‘신사화를 신고 오면 된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은 “정부가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아프간 지방재건팀(PRT) 활동 실사를 벌인 것도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 및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감안해 사전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단 민간인 중심의 재건활동조직인 PRT 확대를 통한 아프간 재건 기여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바그람 미군기지 내 의료 및 직업센터에서 활동하는 PRT 인원을 확대하고 경찰 및 소방훈련을 지원하는 훈련요원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는 미 국방부 내에서 차제에 아프간 전략을 수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도 고려한 것이다. 미국의 아프간 전쟁 대응 방식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파병 얘기는 섣부르다는 정세 판단인 셈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지금으로선 구체적인 약속을 하기보다 우선 동맹국으로서 도와주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근 아프간 정세와 미국의 대응
지난해 아프간 주둔군의 사망자 수가 이라크 주둔군 사망자 수를 넘어서면서 아프간 정세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남부지역을 장악한 탈레반 세력은 수도 카불에서도 폭탄테러를 자행할 정도다.
이런 열악한 치안 상황에다 최근엔 군수·병참 차원의 문제까지 생겨 미국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4일 그동안 미국에 제공했던 마나스 공군기지를 미군이 더는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달 병력 1만5000여 명과 군수물자 500t이 오가는 중간기지인 이곳이 폐쇄되면 미국은 유일한 중앙아시아 접근 통로를 상실한다. 게다가 파키스탄 페샤와르 서쪽 20km 지점의 다리가 최근 파괴됐다. NATO가 이끄는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주요 병참 통로마저 사라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3만4000명인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 규모를 2배로 늘리기로 하고, 우선 3개 여단 1만∼1만2000명을 추가로 파병하는 문제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