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경기 안양시 보건복지 129콜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한 초등학교 여학생의 편지를 소개했다. 이 어린 학생은 “엄마는 직장문제와 집문제 때문에 날마다 우십니다. 우리 엄마를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편지 글을 읽은 이 대통령은 “신빈곤층 사각지대가 많다. 이런 가정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 혜택을 받을 만한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호소편지를 써야 통한다면 국가 복지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가족은 교회에서 준 낡은 승합차 하나 갖고 있다고 정부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복지 행정이 정상이라면 소득도 재산도 없는 이 가족에게 어떤 형태든 지원의 손길이 닿았어야 한다. 누가 보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가정인데도 혜택을 전혀 줄 수 없는 비현실적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기준이라면 고쳐야 한다. 정부는 수급기준을 완화했다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빈곤가정이 급증하고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경제위기 여파로 휴폐업이 늘면서 5년여 만에 취업자수가 줄어들고 실업대란이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편지를 쓴 학생의 어머니도 작년 여름 이후 일거리가 뚝 끊겨 더는 버티기 어려웠다고 한다. 세계와 국내가 극심한 경기 침체의 악순환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자리와 수입이 없는 취약가정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복지전달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복지 사각지대가 더 확대될 소지가 농후한 것이다.
책상머리에서 만든 복지정책과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기존의 복지 기준만으로는 신빈곤층에 혜택이 돌아가기 어렵다. 복지행정 담당자들은 신빈곤층의 생활현장을 직접 찾아가 살펴봐야 한다. 해고되는 비정규직이나 폐업 직전의 자영업자들이 경제 한파를 견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반면에 국민 혈세인 복지예산이 부적격자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일선 행정기관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엉뚱한 사람이 복지혜택을 가로채는 부조리가 발생한다.
올해 복지예산 67조6000억 원 중 기초생활보장에는 6조9000억 원이 배정돼 있다. 도움이 절실한 빈곤층에 복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복지행정체계를 정비하는 일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