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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유재학 감독, 드래프트와 먼 인연

입력 | 2009-02-04 03:01:00


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46) 감독은 선수 선발을 위한 드래프트 때만 고개를 숙인다.

프로 원년인 1997년부터 코치와 감독으로 벤치를 지키고 있지만 구슬 추첨 방식으로 진행되는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 선발에서 한 번도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

2일 처음 실시된 하프코리안 드래프트에서도 그랬다.

모비스는 10개 구단 중 9순위가 나왔다. 드래프트 참가자가 7명이었으니 지명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유 감독은 절친한 후배인 KCC 허재 감독이 1순위 지명권을 얻자 “나는 임근배 코치와 새벽 기도를 하는데…. 허 감독은 남몰래 착한 일이라도 하나 보다”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모비스는 3일 열린 국내 선수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자랜드, 오리온스와 33.3%의 확률로 1순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었다. 올 시즌 대어로는 중앙대 박성진과 건국대 허일영이 꼽혔기에 유 감독은 “2순위만 해도 대성공”이라며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지명 순서를 결정해 보니 모비스는 3순위로 밀려났다. 원하던 선수는 모두 남의 팀으로 갔다. 유 감독은 다시 한 번 씁쓸한 표정으로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게다가 유 감독은 하프코리안 드래프트에 따른 신설 규정으로 1라운드 8순위 지명권을 얻었지만 지명을 포기했다. 이에 대학 감독과 선수들이 단체 퇴장을 하면서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유 감독은 최근 드래프트에서 4년 동안 13명이나 선발하며 후배들의 취업을 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계약 기간 5년에 1억 원 이하의 연봉을 보장하는 1라운드에서 2명을 뽑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비록 드래프트를 통한 거물 영입은 없었어도 유 감독은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 전력을 끌어올렸다. 올 시즌 상위권 질주를 이끄는 함지훈과 천대현은 드래프트 10순위 출신이고 박구영은 11순위로 입단했다.

“너무 아쉬워 서 있을 기운도 없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다시 키워 봐야죠.”

행운이 작용하는 프로농구 드래프트는 흔히 로또에 비유된다. 올해 역시 대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유 감독은 흙 속의 진주를 캐내는 꿈을 꾸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