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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카페]거리로 간 등산복

입력 | 2009-01-31 03:10:00


1020세대 ‘아웃도어 패션 ’ 바람

매출액 늘어 제조업체들 신바람

설을 앞 둔 23일 밤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매장에 갔습니다. 한 고등학생이 일명 ‘바람막이’로 불리는 검은색 ‘프리 재킷’을 분주히 고르고 있더군요. 이 재킷은 10대들에게 ‘교복’처럼 여겨질 정도로 유행이라고 합니다. 일부 학생은 이 제품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한다고 하네요.

과거만 해도 아웃도어 의류는 ‘등산복’의 다른 말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웃도어 의류가 일상복이자 패션 의류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1020(10대와 20대)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펼친 후부터 나타난 현상입니다.

노스페이스는 만 30세 이하를 ‘영(Young)’층으로 보고 이들이 많이 찾는 상권에 매장을 내는 유통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 3800억 원 중 영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나 될 정도로 효과를 보고 있죠.

중장년층에게 대표적인 등산복 브랜드로 각인된 코오롱스포츠도 2007년 젊은층을 겨냥한 ‘TRANSITION’, ‘A2O’ 브랜드를 새로 내놓았습니다.

중후한 등산복이 젊고 싱싱한 아웃도어 브랜드로 거듭난 이유는 뭘까요?

10대들은 ‘롤 모델’을 얘기합니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 등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늘면서 이들이 협찬 받는 알록달록한 아웃도어 재킷에 혹한다는 것이죠. 여기에는 반 친구들이 입으면 따라 해보는 ‘덩달아’ 심리도 한몫한다고 합니다.

20대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하네요. 주5일 근무제로 여가활동이 생활화되면서 레포츠용 의류와 일상복을 구분 없이 입겠다는 ‘합리론’ 때문이라는 것.

한국섬유산업연합회(KOFOTI)에 따르면 2005년 1조 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이 지난해 1조8000억 원을 넘었고 올해는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무난하게 입을 옷이 없다”는 중년 등산객의 하소연도 있지만 그만큼 기능, 디자인 등을 하나하나 따지는 합리적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 아버님 댁에 ‘보일러’가 아닌 ‘바람막이’ 재킷 ‘놓아’ 드리는 건 어떨까요?

김범석 산업부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