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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딸 돌려보내면 모든것 용서” 호소문 낸 다음날 비보가…

입력 | 2009-01-28 02:59:00


27일 오후 4시 경기 군포시 원광대 산본병원 장례식장. 지난해 12월 19일 군포에서 실종됐다 25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여대생 A(21) 씨의 빈소에는 불교 신자였던 A 씨를 위해 불경을 읽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A 씨의 부모는 24일 “딸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준다면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딸이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오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호소문을 발표할 때쯤 경찰은 이미 용의자 강모(38) 씨에 대한 수사망을 좁히고 있는 상태였고 이날 오후 5시 신병을 확보했다.

어머니 정모(48) 씨는 “‘설이라 혹시 보내주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호소문을 냈는데 이렇게 (죽어서) 돌아올 줄은 몰랐다”며 흐느꼈다.

A 씨의 영정 옆에 금융 관련 자격증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맏언니(25)는 “동생이 1년 반 전부터 (대학) 편입을 준비했고 최근에는 금융 관련 자격증도 따서 참 대견스러워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오전 피의자 강 씨가 납치 및 시신 암매장 장소 등에서 현장검증을 하는 동안 유가족들은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다.

검은색 코트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강 씨가 A 씨를 납치한 군포시 대야미동 군포보건소 앞에서 A 씨를 에쿠스 승용차에 태우는 장면을 재연하자 유가족들은 “내 조카를 살려내라”며 울부짖었다.

인근 논두렁에 시신을 유기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A 씨의 손톱과 손가락의 지문부위 살점을 자르는 장면을 태연히 재연할 때 유가족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A 씨의 고모(51)는 눈을 뭉쳐 강 씨에게 던지며 오열했다.

주민 100여 명도 안타까움에 발을 굴렀다. 김현태(55·경기 안산시 상록구 팔곡동) 씨는 “이곳은 겨울에는 아무도 안 다니는 곳인데, 젊은 아가씨가 얼마나 무서웠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산=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