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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불황때문에… 대기업 자랑거리 사라진다

입력 | 2009-01-06 03:04:00

LG전자는 지난해 6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해외 노경협의회를 여는 등 노조와 회사 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박준수 노조위원장(앞줄 오른쪽)과 김영기 부사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노사 대표들이 ‘에미리트몰’ 전자제품 코너를 둘러보는 모습. 사진 제공 LG전자


《삼성이 연간 수백억 원을 투자하며 역점을 두어온 해외 경영학석사(MBA)과정 지원과 지역전문가제도 등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한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경기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면서 이처럼 그 기업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제도와 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이건희 신경영 핵심 ‘지역전문가’

삼성그룹 10년만에 대폭 축소

삼성은 해외 대학 MBA과정 이수자를 지원하던 ‘삼성 MBA’ 지원 대상을 예년 15∼20명에서 올해 10명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삼성 MBA’들이 교육과정을 마친 뒤 계열사 각 부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 인재육성 프로젝트의 ‘기둥’ 중 하나가 흔들리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가 이와 별도로 운용하던 재무 분야 해외 MBA과정 지원도 올해 백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주창한 ‘신(新)경영’의 상징으로 1990년부터 약 3000명이 혜택을 받은 지역전문가제도도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칼바람’을 맞았다.

삼성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과정의 교육을 받고 있던 지역전문가 후보자 가운데 상당수에게 파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나라에 여러 명의 후보가 있으면 1, 2명만 내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체 인원의 절반은 3월에 출국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신뢰의 대명사 ‘노경협의회’

LG전자 20년만에 협상 결렬

G전자의 경우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에서 열린 4분기(10∼12월) 노경협의회가 결렬됐다.

박준수 노동조합 위원장 등 노측 인사와 회사 측 대표들은 24일 접점을 찾으려 했으나 결국 ‘무기한 연기’라는 결론만 남겼다.

2007, 2008년 임단협에서 2년 연속 ‘임금 동결’에 합의하고 성과급도 제대로 챙길 수 없었던 노측으로서는 2008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만큼 섭섭지 않은 대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로서는 ‘낭비 제거, 경비 절감’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또다시 고통 분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이후 19년간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어온 LG전자는 ‘노사’ 대신 ‘노경’이라는 단어를 처음 쓰는 등 두터운 신뢰관계를 자랑해 왔다.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는 경기불황 탓에 20년간 이어져 온 노경 협력 관계마저 위기를 맞은 것.

LG전자 관계자는 “2, 3월에 열리는 임단협 이전에 성과급 문제는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에 이달 중 합의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