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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산책]‘50세 코치’ 이만수의 고민

입력 | 2008-12-26 02:57:00


대형 플래카드에는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만수가 두 팔을 번쩍 든 채 활짝 웃고 있었다. ‘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는 헐크(22번)’라는 문구와 함께였다. 고향 팬들이 원정팀 유니폼을 입고 대구를 찾은 이만수 SK 수석코치를 환영하는 것이었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물끄러미 그 플래카드를 쳐다봤다.

“고향 왔다고 팬들이 플래카드도 걸어주네. 우리는 광주 가도 그런 경우가 없는데.”

선 감독은 허허 웃어넘겼지만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5월 대구구장에서의 일이다.

1980년대 프로야구 황금기를 양분했던 이만수와 선동렬.

해태 출신으로 2005년 삼성 지휘봉을 잡은 선동렬 감독은 그해와 이듬해 우승을 거뒀다. 대구를 떠나 인천에서 국내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만수 코치도 지난해와 올해 우승을 차지했다.

두 번 우승한 것은 같지만 그 속은 다르다. 선 감독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 코치는 김성근 감독을 빛내는 조연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선 감독은 이 코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리다.

이 코치는 내년이면 51세다. 그와 동기인 김경문(두산), 조범현(KIA), 김시진(히어로즈) 감독은 벌써 여러 해 감독을 맡았다. 선수 때는 1인자였지만 지도자 변신 이후에는 동료들에 비해 빛을 못 보고 있는 것이다.

우승은 달콤했지만 그에겐 그늘도 생겼다. 김성근 감독이 3년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SK에서의 감독 데뷔 가능성이 그만큼 멀어진 것이다.

프로야구에서 12월은 꿀맛 같은 휴가 기간이지만 그의 심정은 복잡하다.

지난달 SK와 계약이 만료된 이 코치는 새해를 1주일 남짓 앞둔 지금까지도 구단과 협상 중이다. 구단은 다년 계약을 원하지만 이 코치도 언제까지 조연으로 남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선 감독의 계약 기간이 내년으로 끝나기에 일부 대구 팬들은 ‘헐크’의 고향 복귀를 희망하기도 한다.

‘헐크 감독’의 데뷔를 언제쯤,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