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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無求到處人情好, 不飮任他酒價高.

입력 | 2008-12-17 03:06:00


求(구)는 찾다, 바라다, 요구하다, 책망하다의 뜻이 있다. 글자의 원래 뜻과는 무관하게 기존의 글자를 빌려 다른 의미를 부여해 사용하는 경우이다. 求(구)는 원래 털이 겉으로 드러난 옷의 모양을 본뜬 것으로, 후에 衣(의)를 더해 쓰게 된 구(구)의 원래 형태이다.

到(도)는 到達(도달)하다의 뜻이다. 중국인이 春(춘)이나 福(복)자를 거꾸로 붙이는 것은 그것이 도달하기를 바라서이다. 넘어지다 또는 거꾸러지다의 뜻인 倒(도)를 이용해 음이 같은 到(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즉 글자를 顚倒(전도)시켜 到達(도달)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飮(음)은 마시다 또는 음료의 뜻이다. 飮馬(음마)처럼 마시게 하다의 뜻이 될 수 있다. 사람과 혀와 술단지를 조합한 형태의 갑골문에서 小篆體(소전체)와 隸書體(예서체)를 거치면서 지금의 형태로 변화했다.

任(임)은 사람이 지게를 진 모양이다. 짐을 지다의 뜻으로부터 擔任(담임)처럼 맡다, 委任(위임)처럼 맡기다, 任用(임용)하다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他(타)는 3인칭지시대명사도 되고 타인을 가리키기도 한다. 여기서의 任他(임타)는 술 마시는 그에게 맡겨둔다는 말로 자기와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價(가)는 가격이나 가치의 뜻이다. 그 오른쪽의 賈(고)는 장사하다, 사다, 팔다, 상인의 뜻이 있다. 價(가)처럼 값의 뜻도 있는데 그때는 ‘가’로 읽는다.

요구하는 것이 없으면 환영은 몰라도 적어도 냉대는 안 받는다. 비싼 술값이야 마시지 않으면 남의 일일뿐이다. 스스로 분수를 낮추면 욕심에서 오는 짐이 많이 사라진다. 마음도 편안해지고 험한 일도 피할 수 있으며 인정 많은 이들과 정도 나눌 수 있다.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增廣賢文(증광현문)’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