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84조5000억 원에 이르는 2009년도 예산안이 찬성 184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되자 표결에 불참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민주 홍재형의원 법개정안 제출
“매년 파행 되풀이” 與일부서도 동조
당정 “野 사사건건 발목잡기 우려”
올해도 국회의 파행 예산처리가 반복되자 여야 정치권에서 예산심사 기간을 대폭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월 임시국회(전년도 결산심사)와 9월 정기국회(내년도 예산심사)에만 반짝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만들자는 것이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14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지금의 예결특위 방식이라면 예산심의 파행과 헌법상 시한(12월 2일) 준수 실패는 되풀이될 것”이라며 예결특위의 상설화를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약 284조 원을 다루는 올해 예산심의는 11월 19일 심의가 시작돼 딱 24일밖에 시간이 없었다”며 제도적인 시간 부족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주당 홍재형 의원은 12일 ‘예결특위 상임위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현재의 예산심사 시스템은 제도적인 제약과 함께 국회의 전문성 부족이 만들어 낸 기형적 구조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정부는 통상 10월 2일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이로부터 2개월 뒤인 12월 2일까지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10월은 국정감사 기간이고 11월에는 대정부질문과 입법심사가 진행된다. 이 때문에 정밀한 예산심사를 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매년 10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미국에서는 백악관이 1월에 예산안을 의회에 내면 이에 대해 연중 예산심사를 한다.
또 기획재정부가 6월 말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으로부터 예산요구액을 전달받고 심사하는 과정에 국회가 소외되는 것도 문제다. 당정 예산회의에 참석했던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정부로부터 예산안 밑그림에 대한 부분적인 설명은 들었지만 워낙 방대한 내용을 몇 차례 듣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예결특위 소속 의원의 전문성도 의문이다. 예결특위는 통상의 상임위(2년)와 달리 1년마다 구성원의 80% 이상을 바꾼다.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수월한 ‘노른자위’ 보직을 나눠 갖자는 뜻에서 순환 배치하는 원칙 때문이다.
그러나 상설화 요구에 대해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 여당으로선 ‘연중 심사’를 하게 될 경우 야당이 국정에 사사건건 반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올바른 예산심사를 위해 여당의 프리미엄 일부를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결위 상설화 문제는 정권이 교체되면서 여야의 당론이 뒤바뀐 사례다.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인 2004년 17대 국회 원 구성 협상 때 ‘예결위 상임위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박근혜 당 대표는 당시 “개혁을 말하는 열린우리당이 왜 상설화를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공세를 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행정부에 대한 과잉 견제가 빚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동아닷컴 신세기 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