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청 신청사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636억 원을 들여 착공 3년 만인 다음 달 말 완공되는 신청사의 주변을 꾸미는 조경공사도 한창 진행 중이다. 갖가지 나무 사이로 울산에서 가장 높은 가지산을 형상화한 분수대에서 흘러내린 물이 수로(태화강)를 따라 연못(울산 앞바다)에 모여들도록 설계됐다.
조경공사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울산광역시 승격일(1997년 7월 15일)에 당시 김영삼(YS) 대통령과 심완구 울산시장 등이 시청 본관 앞에 심은 해송이다. 청와대와 울산시가 협의해 ‘한국 근대화와 산업화의 초석을 다진 울산이 광역시 승격을 계기로 푸른 해송처럼 산업수도로 더욱 비상하길 기원한다’는 뜻을 담아 심었다고 한다.
수령 100년인 이 해송은 키(3m)는 비록 작지만 빼어난 풍모로 본관 앞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있어 울산시청의 상징 나무로 손색이 없었다. 그 ‘YS 소나무’가 지금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 소나무는 이달 초 신청사 정면 분수대 옆으로 옮겨졌다. ‘더 잘 보이는 곳으로 옮겨 광역시 승격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휴일인 23일 이 소나무는 남쪽으로 다시 옮겨졌다. 신청사와 본관에서 멀고 소나무 주위로 키 큰 벚나무와 느티나무가 에워싸고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다.
“정원 전체의 조화를 고려해 옮겼다”는 울산시 담당부서의 설명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울산광역시 승격을 기념해 심은 해송을 사전 치밀한 배치계획도 없이 중장비로 이리저리 옮겨 심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홀대받는 ‘YS 소나무’에서 주먹구구식 울산시 행정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