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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中여배우 ‘파이란’의 상처와 추억

입력 | 2008-10-30 02:59:00

뮤지컬 ‘파이란’에서 파이란 역을 맡아 열연 중인 중국 여배우 인유찬 씨. 사진 제공 모아엔터테인먼트


영화 ‘파이란’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파이란’이 이달 초 제작자가 잠적하면서 공연이 24일 무대를 끝으로 중단됐다. 이 공연은 8월 초에 시작해 11월 초에 끝날 예정이었다.

공연은 중단됐으나 대관료와 배우 개런티, 무대장치 대여료 등 제작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다.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이는 파이란 역을 맡은 인유찬(22) 씨. 중국에서 연기 유망주만 들어간다는 베이징 중앙희극학원 출신인 그는 현지에서 열린 오디션에 합격해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공연에 앞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파이란’이 매우 인기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장바이즈(張柏芝)와는 다른 매력의 파이란을 보여주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시간이 나면 중국에서는 비싼 명품으로 여겨지는 한국화장품을 많이 사고 싶다”며 한류의 본고장에서 열리는 뮤지컬에서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자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공연 중단으로 그의 꿈은 무너졌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범석 배성우 김용덕 씨 등 동료 배우들이 그를 돕기 위해 나섰다.

이들은 이달 초부터 공연 중단 이야기가 나오자 “우리는 못 받더라도 인 씨는 돈을 받아 가야 한다”며 공연을 20여 일간 연장한 뒤 현장 티켓 판매로 들어오는 돈은 모두 인 씨에게 줬다.

대학로 연극인들도 공연을 도왔다. 이다 극장은 대관료를 받지 않기로 했고 하루 40만 원가량 드는 식사비는 ‘라이어’를 만든 파파엔터테인먼트에서 해결했다. PMC 송승환 대표는 얼마 전 상금으로 받은 1000만 원 중 경비를 빼고 남은 500만 원을 보냈다.

인 씨는 24일 중국으로 떠나면서 도와준 동료 배우들에게 고맙다면서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대학로는 경제 위기의 여파로 눈에 띄게 관객이 줄어들고 있다. 파이란의 사례는 공연계의 어려운 현실을 말해주는 한편 아직 대학로에 정(情)과 꿈을 지키려는 책임감이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