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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인기곡 ‘황성의 적(황성옛터)’을 부른 가수 이애리수(본명 이음전·98) 씨가 생존해 있으며 3년 전부터 노환으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한 요양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의 간병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씨가 듣고 간단한 말은 할 수 있지만 의사소통은 어렵고 옛일은 기억하지 못한다”며 “가족들이 1주일에 한 번씩 방문한다”고 말했다.
1932년 4월 발표된 ‘황성의 적’(왕평 작사·전수린 작곡)은 폐허가 된 고려의 수도 개성을 빗대어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노래해 인기를 끌었다. 음반이 이례적으로 재발매됐고 1933년에는 가수 이경설 씨가 ‘고성의 밤’으로 바꿔 발표하기도 했다.
이애리수 씨는 1910년 개성에서 태어나 9세에 극단 취성좌에 들어가 배우 겸 가수로 활동했다. 공연 막간에 노래를 부른 그가 1929년 6월경 개인 사정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자 관객들이 소동을 피울 정도였다. 그는 ‘황성의 적’을 발표하기 전 이 무대에서 ‘강남제비’ ‘오동나무 방랑가’ 등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황성의 적’을 발표한 지 몇 달 뒤 연희전문학교 재학생이던 배동필 씨를 만났으나 배 씨 가족의 반대로 결혼을 할 수 없게 되자 동반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씨는 한 달 뒤 ‘버리지 말아요’를 내놓은 데 이어 1934년 ‘꽃각시 설움’을 마지막으로 발표했다.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 씨는 배 씨와 결혼한 뒤 2남 7녀를 낳았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