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요원 등 사칭 6명 검거
종이로 달러를 만들 수 있다고 속인 ‘현대판 사기꾼 연금술사’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27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이른바 ‘블랙머니’로 달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10억 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이모(52)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올해 7월 사업가 이모(65) 씨에게 접근해 “지폐 모양의 검은색 종이인 ‘블랙머니’를 특수기계에 통과시키면 달러로 바뀐다”고 속여 10여 명의 피해자에게서 투자금 명목으로 약 10억 원을 모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스스로를 유엔 산하기관 총재,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소속 요원으로 행세했으며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을 압수해 관리하고 있다고 사람들을 속였다.
또 해외 조직책을 동원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홍콩에서 국제우편으로 위조달러를 밀수해 피해자들을 현혹하기도 했다.
피해자 10여 명 중 3명은 법무사였고 광산업자, 소각로 사업자 등 개인 사업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법무사는 1억 원 이상의 개인 빚을 탕감해 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기도 했다.
경찰은 이 씨 등으로부터 1억 달러, 100만 달러, 100달러짜리 위조지폐 30여 장과 외국 채권 28장, 블랙머니 5상자 등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피해자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한 장부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