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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登山始覺天高廣, 到海方知浪渺茫

입력 | 2008-10-15 02:57:00


登(등)은 두 발을 좌우로 벌린 모양인 발(발)과 수레에 탈 때 밟고 올라서는 받침돌인 豆(두)를 합해 수레에 오르는 것을 나타냈다. 낮은 데에서 높은 곳으로 오르다의 뜻 외에 登載(등재)나 登錄(등록)처럼 기재하다의 뜻도 있다.

登高望遠(등고망원)은 높은 데에 올라 멀리 바라보다, 登高自卑(등고자비)는 높이 오르려면 낮은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登龍門(등용문)은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크게 출세함 또는 그 관문을 뜻한다. 용문은 황하 상류에 있는 급류로 잉어가 이곳에 오르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始(시)와 方(방)은 모두 ‘비로소’에 해당한다. 覺(각)은 見(견)이 의미요소이다. 잠에서 깨어나다의 본뜻에서 깨닫다 또는 느끼다의 뜻이 나왔다. 覺醒(각성)은 잠과 술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잘못을 깨달음을 비유한다. 覺悟(각오)는 깨닫다의 뜻 외에 장래의 곤경이나 책임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뜻하기도 한다. 到(도)는 도달하다, 浪(랑)은 물결을 뜻한다.

渺(묘)는 물이 끝없이 펼쳐지거나 아득히 먼 것을 뜻한다. 발음요소이자 의미요소도 겸하는 묘(묘)는 한쪽 눈이 작은 것이며 작다 또는 아득히 멀다는 뜻도 있다. 茫(망)은 물이 매우 넓은 모양 또는 흐릿하여 불분명함을 뜻한다. 초목의 뾰족한 끝을 뜻하는 芒(망)이 발음요소로 쓰였다. 渺茫(묘망)은 아득히 넓음 외에 어렴풋함을 뜻하기도 한다.

산에 오르거나 바다에 이르면 훨씬 더 광활한 자연이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고 가슴도 시원스레 열어준다. 그러면 浩然之氣(호연지기)도 길러지리라. 하늘 높고 바람 상쾌한 이 가을이 자꾸만 지나가니 서둘러 나서봄직하다. 五代(오대) 王溥(왕부)의 ‘謝進士張翼投詩兩軸(사진사장익투시양축)’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