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증시 모처럼 활짝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주식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주가 상승에 고무된 듯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과 유럽 정부가 은행에 달러를 무제한 공급한다는 소식에 주요국 주식시장은 지난주의 악몽을 떨쳐내고 오랜만에 크게 상승했다. 프랑크푸르트=로이터 연합뉴스
■ 강력한 금융대책 발표
《유로존(유로화 사용 지역) 정상들이 일요일인 12일 전격적으로 금융위기 대책에 합의한 데 이어 13일 독일과 프랑스 등이 동시에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쏟아 냈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 같은 국제공조는 지난주 말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선진7개국(G7), G20(G7+신흥경제국) 회의에서 구체적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비판을 받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각국 정부가 이처럼 공조 모습을 보이면서 13일 유럽 증권시장과 뉴욕증시가 일제히 큰 폭의 오름세로 개막하는 등 그동안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던 시장도 오랜만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 獨5000억유로 은행에 투입… 佛3600억유로 구제금융
미국, 은행간 대출 정부가 보증검토… 구제금융前공백 메우기
일본, 정부 - 중앙은행 보유 은행지분 매각 6개월간 유보키로
○ ‘화끈한 공조’ 선보인 유럽…구제금융 규모도 천문학적
그동안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제대로 된 공조를 선보이지 못했던 유럽이 12, 13일은 달랐다.
우선 유로존 정상이 12일 긴급회의에서 은행 간 대출에 대한 정부 보증, 은행의 부분 국영화 등 강력한 금융위기 대책에 전격 합의했다.
13일에는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직접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기 대책을 발표했다.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은행은 ‘경제의 심장’이다. 프랑스 정부는 앞으로 은행의 실패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정부는 질서의 수호자이다. 우리는 단호한 결정을 통해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양국이 밝힌 구제금융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메르켈 총리는 부실은행 지분 획득과 은행 간 대출 보증 등에 모두 5000억 유로(약 6822억 달러·843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20% 선이고, 미국의 구제금융 규모(7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36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실시한다고 발표하면서 “현재로선 이 방법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각국은 미국과 달리 대형 은행이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은행의 지분을 획득하는 것이 쉽고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은행 간 대출에 대한 정부 보증이 중요한 이유
유럽이 은행 간 대출의 정부 보증에 역점을 둔 것은 금융위기의 본질이 무엇보다 은행들이 서로 믿지 못해 돈을 빌려주거나 빌리지 못하는 데 있다는 인식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은행 간 대출을 보장해주면 실제로 정부 돈이 바로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 간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미국 정부도 은행 간 자금거래 등 은행 간 대출에 대해 정부가 보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금융기관 부실자산 매입, 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과 함께 은행 간 대출 보증 방안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세 가지 주요 방안 중 하나로 논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재무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은행 간 대출 보증 방안은 이미 이런 방침을 확정한 유럽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통화정책국장을 지낸 빈센트 라인하르트 미 기업연구소(AEI) 상근연구원은 “정부가 은행 간 대출을 보증할 경우 본격적인 부실자산 매입 및 자본 투입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무부는 13일 7000억 달러 중 일부를 은행지분에 사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도 미 의회의 지지가 확산되고 있다.
○ 일본, 정부 보유 주식 당분간 매각하지 않기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2002∼2006년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대형 은행 등으로부터 사들인 1조9000억 엔 상당의 주식을 당분간 시장에 내다 팔지 않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은행 부실화를 막기 위해 2002년 이후 3조6000억 엔가량의 주식을 사들였으나 주가가 회복된 2006년부터 본격적인 매각에 나서 잔액이 1조9000억 엔으로 줄어든 상태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이 주식에 대해 매년 봄과 가을 등 2차례에 걸쳐 반년 단위로 매각 계획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이번 매각 동결 결정은 앞으로 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