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도지사협의회장 선출 허남식 부산시장에게 듣는다
대담=최영훈 사회부장
■ 지방분권 현주소에 대한 생각은
목소리 높았지만 실질권력 이양은 미진
입법권 지방조직구성권 등 대폭 넘겨야
■ 2020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은
새경기장 안짓고도 영남권 시설 재활용
경상지역 시도지사 5명 이미 합의 서명
“2020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선출된 허남식 부산시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의 하계 올림픽 유치에 대해 “해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강하게 표했다.
허 시장은 영남권 시도지사 5명이 지난달 말 하계 올림픽 유치를 반드시 성사시켜 영남권에서 광역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합의하고 공동서명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은 지역적으로 1시간 남짓 거리에 대구 울산 마산 창원이 있어 경기장을 새로 짓지 않더라도 올림픽을 경제적으로 치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 16개 광역단체장의 대표로서 그는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방재정의 확충이 꼭 필요하다”며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의 신설을 촉구했다. 허 시장은 장기적으로 전체 내국세 중 20%에 불과한 지방세의 비중이 지금의 2배가량 높아져 일본의 지방세(43%)와 비슷한 수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합의한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서는 “행정구역에는 역사성과 상징성이 있어 쉽게 손대기 어렵다. 더구나 어려운 경제 여건까지 감안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0년 하계 올림픽은 10년 넘게 남았는데….
“2013년에 개최지를 선정한다. 그렇게 따지면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부터 준비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2018년 동계 올림픽과 2020년 하계 올림픽 중 어느 쪽에 집중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고 경제적인지를 중앙정부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고민해야 한다.”
―일본 도쿄가 우리의 경쟁자로 떠오를 소지는 없는가.
“도쿄는 2016년을 노리며 미국 시카고와 경합하고 있다. 내년에 유치에 실패하면 재도전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전략을 바꿔 2020년 쪽으로 선회할지도 모르지만 경쟁을 하면 해볼 만한 싸움이다. 도쿄는 1964년 한 차례 올림픽을 유치한 것이 결정적인 마이너스 요인이다.”
―서울 올림픽 후 32년 만의 유치가 가능한가.
“지난달 말 스포츠교육문화포럼 참석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31명이 부산에 왔다. 이들에게 부산의 2020년 올림픽 유치를 타진해 보니 반응이 좋더라. 국제복싱연맹 회의와 부산세계사회체육대회에 온 위원 등 지금까지 IOC 위원을 모두 70여 명이나 만났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IOC 위원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스포츠 외교에 힘을 쏟을 작정이다.”
―지방분권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는가.
“지난 10년 동안 목소리는 높았지만 실질적인 권력이양은 아직 미진하다. 지방자치의 핵심 중 하나가 결국 돈 문제다. 지방세 구조가 취약하다 보니 지방재정이 열악하다. 지방재정과 아울러 자치 입법권과 지방조직 구성권 등 권한을 대폭 넘겨줘야 한다. 자치경찰제나 특별지방행정기관 등 그동안 논의만 활발했던 사안에 대해 매듭을 지을 때가 됐다.”
―지방재정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은….
“10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시도지사 회의에서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신설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잘 따져보면 지방세로 이양되어야 할 세목이 많다. 일례로 유흥음식점 소비세는 본래 지방세였다가 국세로 넘어갔는데 원칙적으로 지방세 성격이 강하다. 양도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지방세 신설에 대해서는 관할 중앙부처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국세를 걷어 지방교부세를 지원하게 되면 중앙정부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역에 따라 특성이 있는 만큼 자주재원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앙정부에 계속 요구해 나가겠다.”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기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합의를 봤는데….
“행정구역 개편은 아직 정부 쪽 방안이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다. 시도지사들 사이에서 ‘국내외 경제상황이 어려운 이 시기에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구체화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고 대단히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합의만 모아졌다. 행정체계 중 불합리한 부분을 개편할 수는 있겠지만 일각에서 거론하는 70개 광역단체로의 개편이나 광역도를 없애고 세분하려는 등의 인위적인 개편이나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
―수도권 규제 문제로 갈등과 대립이 깊어질 것 같다.
“사안의 성격상 시도협의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공식 입장을 내기는 어렵다. 그 문제는 비수도권 시도지사(13명) 협의회에서 따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은 너무 심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나라 발전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은 충청도 지역마저 수도권과 이어지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갈등과 대립을 줄일 묘책은 없겠는가.
“부산은 제주를 제외하고는 시도 중에서 수도권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다. 정부가 광역적으로 접근해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자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가 선정 발표한 권역별 핵심 선도사업들이 계획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발표한 대로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재원을 확보하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 시도의 건의사항을 정부에 제기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그린벨트 해제로 산업용지 부족 문제가 해결됐다. 활용 방안은….
“부산시가 역점을 두고 건설 중인 부산신항의 배후에 3305만8000m²(1000만 평) 규모의 산업용지가 생겨 신항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새로 확보된 땅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물류 산업단지를 건설해 신항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 해운대를 비롯한 동부권에 비해 낙후돼 있던 강서 낙동강 유역 등 서부권 개발을 가속화해 균형발전의 계기로 만들겠다.”
―부산 개발의 주요 콘셉트 중 하나가 관광인데….
“부산은 국제회의나 전시회 등 많은 국제행사가 열리고 있어 세계적 관광중심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해운대 인근 16만5290m²(5만 평)를 관광단지로 지정했고 두바이의 개발업체와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제2의 벡스코’도 내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KTX 효과’라는 말을 들어봤나.
“KTX로 2시간이 걸리지 않는 거리의 대구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 쇠락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쇼핑도 치료도 서울에서 하는 식으로 모든 게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 중 하나라고 본다. 부산도 KTX를 타면 서울과 2시간 만에 오가는 시대를 맞게 돼 있다. 그때를 대비해 관광산업이나 콘텐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세계의 대도시 가운데 부산처럼 도시 안에 대형 해수욕장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 부산의 강점인 해양 관광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잘 치렀나.
“최진실 씨 자살 파문 와중에도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역대 최다 국가에서 참여했고 상영 편수도 가장 많았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잘 발전해 가고 있다. 이젠 영화제 개최에 그치면 안 되고 아시아의 영화, 영상 중심 도시로 자리 잡아야 한다. 정부도 그 같은 복안을 갖고 있는데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관련 기관이 신속히 이전되어야 한다.”
그는 끝으로 “실질적 지방분권, 실질적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도지사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며 “필요하면 대통령도 만나 기탄없이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정리=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허남식 시장 ▼
2004년 6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민선시장에 취임한 뒤 재선에 성공했다.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7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공직기간 대부분을 부산시에서 근무해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통한다.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시장 출신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이다.
△1949년 경남 의령 △마산고 △고려대 △부산광역시 아시안게임 준비단장 △기획관리실장 △정무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