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혹은 미국인?
올해 노벨상 수상자를 대거 배출한 일본에서 물리학상 수상자 3명 중 한 명인 난부 요이치로(南部陽一郞·87)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국적 분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아사히신문이 9일 보도했다. 그가 1970년 일본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이 7일 발표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을 ‘일본인 2명과 미국인 1명’이라고 보도하자 일본인들은 떨떠름한 분위기다.
일본 문부과학성도 당황했다. 소립자물리학을 지원하기 위한 내부 자료를 국적별로 분류해 온 문부성은 “난부 교수를 일본인 수상자로 꼽지 않을 수도 없다”며 ‘주석’을 달아 일본인 수상자로 분류할 방침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거꾸로 “외국인이 일본을 거점으로 한 연구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으면 이는 어느 나라 것으로 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아사히신문은 젊어서 연구의 터전을 미국으로 옮긴 난부 교수를 ‘두뇌 유출’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매력적인 연구환경을 정비해 전 세계 인재를 모아 ‘두뇌 순환’의 거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문부성은 지난해 외국인 비율을 높이는 ‘세계 톱 레벨 연구거점’을 전국 5곳에 만들고 영어를 공용어로 했다.
그러나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 성과가 각각 35년, 40년 전 것인 데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이 과학을 기피하는 경향이 지적되고 있어 노벨상 수상 소식만으로 자신감을 갖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