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미국 하원 감독행정개혁위원회가 개최한 금융위기 관련 첫 청문회에서는 지난달 파산보호를 신청한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임원들의 도덕불감증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청문회에서는 리먼브러더스가 한국 산업은행과의 지분매각협상 타결을 전제로 검토했던 투자전략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신규자금을 회사 정상화보다는 자사주 매입 등 ‘엉뚱한 용도’로 쓰겠다는 것이어서 의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분매각 대금으로 적대적 투자자 공격 계획 세우고
파산직전 퇴직임원 3명에 2300만 달러 지급 승인
▽지분매각협상 타결 시 공개매도 선언한 투자자 역공 계획=존 티에르니(민주) 의원은 “산업은행의 리먼 지분인수협상 대금이 60억 달러가량 되는데 리처드 풀드 최고경영자(CEO)와 데이비드 골드파브 최고전략가(CSO)가 5월 26일 주고받은 e메일을 보면 ‘우리가 신규 자본을 조달하면 20억 달러를 공격적으로 주식을 되사들이는 데 사용해 아인혼에게 타격을 주고 싶다’고 기록돼 있다”고 폭로했다.
아인혼은 당시 리먼브러더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매도에 나섰던 그린라이트 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 회장을 지칭하는 것.
티에르니 의원은 “경영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수십억 달러의 신규 자본을 제공하려는 투자자를 찾았는데 그들이 그 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매도자를 처벌하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증인으로 채택된 그레고리 스미스 콜로라도 공직자퇴직협회의 법무 책임자는 “신규 자금을 주주들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이 아니고 누구를 처벌하기 위해 사용하려 했다는 것은 배임행위”라고 말했다.
▽망하기 직전 빚잔치 준비=풀드 CEO는 퇴직이 예정된 고위 임원들에게 거액의 보수 지급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독행정개혁위원회의 헨리 왁스먼 위원장은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기 4일 전인 지난달 11일 3명의 퇴사 예정 간부에게 ‘특별 급여’로 2300만 달러를 지급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왁스먼 위원장은 차트까지 제시하며 “풀드 씨는 2000년부터 급여와 막대한 보너스 등으로 모두 5억 달러를 벌었다”고 지적하고, “이것이 파산한 회사의 CEO로서 온당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풀드 씨는 청문회에서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내가 받은 액수는 아마 2억5000만 달러 상당일 것”이라고 주장한 뒤 “그것도 대부분 (지금은 휴지 조각이 된) 주식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고 동정심을 기대하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풀드 씨는 이어 “증권거래위원회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연방금융감독당국은 리먼이 붕괴되기 직전 몇 달 동안 리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해 감독당국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