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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공종식]‘제국 인프라’ 갖춘 영국, 못 갖춘 중국

입력 | 2008-10-02 02:59:00


뉴욕에서 워싱턴이나 보스턴을 연결하는 기차에는 ‘일하는 승객’이 참 많다. 노트북PC를 꺼내 일하는 장면을 보면서 “미국을 이끌어 가는 핵심 인력인 이른바 ‘동부 엘리트’들은 참 열심히 사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들이 틈틈이 읽는 잡지를 눈여겨본 적이 있다. 압도적으로 많이 읽는 잡지는 ‘이코노미스트’라는 영국 잡지였다. 미국 잡지인 ‘비즈니스위크’를 읽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부수가 많은 ‘타임’도 거기에선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영국 신문으로 깊은 분석이 장점인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지로서 월스트리트저널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며 전 세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동, 아프리카 등의 기사에선 BBC의 분석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다면 대영제국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왜 영국 언론의 영향력은 강한 것일까.

지난해 평소 알고 지내던 영국 ‘더 타임스’의 제임스 본 유엔특파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그의 답변은 이랬다.

“우선 영국에선 우수 인력 중에서 연봉이 높은 런던 금융회사 대신 기자직을 택하는 젊은이가 많다. 둘째는 대영제국이 몰락했지만 여전히 언론과 문화 등의 인프라에선 ‘제국의 힘’이 남아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새로운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언론, 문화, 윤리 등의 분야에서 ‘제국인프라’를 갖추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듣고 나서 무릎을 쳤다.

요즘 각 분야에서 중국의 굴기가 이어지고 있다. 2007년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아프리카 순방을 동행 취재했을 때 들렀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주재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던 신화통신 기자를 만났을 때 “아니 여기까지…”라는 생각에 놀란 적이 있었다.

필자가 특파원으로 있었던 뉴욕만 해도 몇 년 사이에 중국 기자가 부쩍 늘었다. 공격적으로 취재에 임하는 장면을 보면서 중국의 힘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 핵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는 아예 취재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동시에 중국의 한계를 느꼈다.

요즘 중국발 멜라민 파동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또한 사회적 양심, 감독체계, 언론 등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 ‘제국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이 진정한 강대국으로 부상하려면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도 강대국의 덕목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공종식 국제부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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