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의 글이 실린 동아일보 복사본과 코바늘 뜨개 작업으로 이뤄진 고산금 씨의 작품. 사진 제공 테이크아웃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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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바닥엔 흰색 테이프가 가로질러 있고, 콘크리트 벽에는 커다란 스테인리스 구슬을 붙여 놓았다. 또 다른 벽에는 동아일보 1927년 7월 3일자를 복사한 신문과 코바늘 뜨개 작품이 나란히 걸려 있다. 차를 마시면서 현대미술을 만나는 서울 성북동의 카페 ‘테이크 아웃 드로잉’의 풍경이다.
30일까지 이곳에선 고산금 씨의 ‘만해 한용운 연구’전이 열린다. 고 씨는 글이나 신문 기사, 시 등을 인공 구슬처럼 해독 불가능한 오브제로 대체해 보여주는 작가. 이번 전시에선 만해가 살았던 성북동 심우장을 21세기의 카페 안으로 전이 또는 확장하는 설치작업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스테인리스 구슬은 ‘님의 침묵’의 텍스트를 기호화한 작업이다. 동아일보 옛 신문에서 ‘여성의 자각이 인류해방요소’라는 만해의 글을 따로 분리한 뒤, 다시 이 글을 작가가 코바늘로 뜨개질해 보여주는 작업도 흥미롭다. 02-745-973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