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희망’ 바람몰이 한계… 모멘텀 잃어
미국 사회에 새로운 ‘변화’와 ‘희망’의 바람몰이를 해 오던 버락 오바마(사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추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오바마 캠프는 8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승리를 위한 변화의 메시지를 뛰어넘는 ‘플러스 알파’를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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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매케인-페일린 후보가 변화의 기수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변화는 오바마 후보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대중에 확산된 때문이다.
더욱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민주당 내 경선 탈락 이후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던 백인 여성표의 공화당 쏠림 현상 역시 오바마 후보를 위기에 빠뜨린 중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9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백인 여성의 지지율은 50% 대 42%로 오바마 후보가 8%포인트 우세했지만,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에는 매케인 후보 53%, 오바마 후보 41%로 바뀌었다.
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무당파 층에서 매케인 후보 52%, 오바마 후보 37%로 나타났다. 매케인 후보의 무당파 내 지지율은 일주일 전 40%에 비해 12%나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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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9일 버지니아 주 연설에서 “돼지에게 립스틱을 바른다 해도 돼지는 돼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페일린 후보가 3일 수락연설에서 “하키맘(육아와 일을 함께 해야 하는 엄마)과 투견(鬪犬)의 차이점은 립스틱을 발랐느냐 여부”라며 자신의 터프함을 강조한 내용을 비꼰 것.
오바마 후보의 ‘페일린 때리기’는 보통사람을 자처하는 페일린 효과를 조기에 차단하지 않으면 그만큼 승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인 셈이다.
나아가 이번 대선전은 오바마 후보와 매케인 후보의 맞대결이지만 언론의 보도 태도는 ‘오바마 대 페일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오바마 후보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선거 전략가들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가 공격수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바이든 후보의 유세는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어 이래저래 오바마 후보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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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 5개州 표심이 백악관주인 가린다”
지지율 1%P 안팎 피말리는 접전
“선거인단 과반수 확보에 절대적”▼
“접전지역 5개 주의 표심이 백악관 주인을 결정한다.”
미국 대선의 승부는 오하이오, 버지니아, 콜로라도, 네바다, 뉴햄프셔 등 접전을 펼치고 있는 5개 주에서 어느 후보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미 대선에서 중요한 것은 총 득표수가 아니라 주별 투표 결과다. 주별로 높은 지지를 얻은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독식하기 때문. 확보한 선거인단 수를 합쳐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270명 이상을 얻은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신문은 그동안의 주별 지지율을 종합해보면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260명,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22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두 후보 모두 과반수에 모자란다.
접전지역인 5개 주에 걸린 선거인단은 총 51명이다. 정치 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각 기관에서 조사한 주별 지지율의 평균을 산출한 결과 이들 주에서는 두 후보가 지지율 차 1%포인트 안팎의 피 말리는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승부처는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오하이오 주. 평균 지지율은 매케인 후보가 1.3%포인트 앞서고 있다. 신문은 “오하이오 주의 몇 개 카운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서 전체 대선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인단 13명인 버지니아 주는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지역이지만 최근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정치 성향이 바뀌고 있다. 오바마 후보의 한 참모는 “꼭 이기고 싶은 주를 하나 고르라면 버지니아”라고 말했다.
오바마 후보는 오하이오나 버지니아 중 한 곳에서만 승리해도 선거인단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다. 또는 콜로라도(9명)에서 이기고 네바다(5명), 뉴햄프셔(4명) 중 한 곳에서 승리해도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다.
매케인 후보는 9일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와 함께 오하이오 주에서 유세를 했고, 같은 날 오바마 후보는 버지니아 주를 공략하는 등 접전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페일린 효과’가 계속되면 민주당이 근소한 우위를 지키고 있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주가 흔들릴 수 있는 반면 페일린 효과가 사라지고 경제상황이 계속 좋지 않으면 공화당이 약간 우세한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인디애나 주의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