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휴대전화 블랙베리 쓸 수 있게
수차례 건의… 돌아온건 팩스 한장”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꼴찌로 밝혀졌습니다. 한국이 경제 규모에 비해 외국인 직접투자가 현저히 적다는 뜻이지요.》
▶본보 10일자 A6면(일부 지방은 A2면) 참조
▶ 한국 ‘외국인직접투자’ OECD 꼴찌
1차적 원인으로는 강성 노조와 비싼 물가가 꼽힙니다. 외국계 투자 기업 관계자들은 이 문제들 외에도 한국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와 어긋나는 제도와 관행이 지뢰밭처럼 퍼져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일하는 미국계 금융회사 한국지사 임원인 A 씨의 예를 들어볼까요.
그는 캐나다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블랙베리’를 쓰고 있습니다. 블랙베리는 e메일 송수신을 비롯한 인터넷이 가능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비즈니스맨의 필수품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블랙베리는 ‘무선인터넷 플랫폼(위피·WIPI)을 탑재해야 한다’는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는 미국으로 곧장 통신 연결이 되지 않고, 한국에서 홍콩에 있는 서버 접속을 통해야만 미국에 연결이 됩니다.
A 씨는 “아무래도 홍콩을 거쳐 통화하니 통화 품질도 떨어지고 전화요금도 훨씬 많이 내야 하는데, 주한 외국계 기업인 상당수가 이런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블랙베리와 관련해 규제보다도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외국계 기업인의 민원들을 처리하던 방식인 것 같습니다.
테리 투하스키 주한캐나다상공회의소 전 회장은 회장 재직 당시 ‘블랙베리를 한국에서 쓰게 해 달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통신 당국에 수차례 건의했다고 합니다. 그는 “하지만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반응은 달랑 팩스 한 장이 전부였다”면서 “(위피 사용 의무는) 외국계 기업인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이며, 서울을 금융허브로 만들려는 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현 정부는 출범 후 블랙베리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진정한 외국인 투자의 천국으로 거듭나려면 외국계 기업인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한국은 당신을 환영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국내 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겠지요. 결국 국민을 먹여살리는 것은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김유영 산업부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