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지구촌 책향기]숀 코너리의 자서전 본드 걸과 뒷얘기는 없다

입력 | 2008-09-06 02:58:00


“오늘날 세계에는 7명의 천재 영화배우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한 명은 숀이다.”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06년에 한 말이다. 그가 여기서 꼽은 숀은 영국 출신 배우 숀 코너리(78·사진).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가 최근 출판계에서 주목 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그의 자서전 때문이다.

제목은 ‘스코틀랜드인 되기(Being a Scot)’. 코너리는 고향인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세계 북 페스티벌 기간 중 자신의 생일에 이 책을 공개했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관심을 보였던 영국과 미국의 언론은 책 리뷰와 뒷얘기를 쏟아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마디로 이 책의 특징을 요약했다.

“‘뒷담화’나 코너리의 고백을 기대한 사람들은 실망할 것이다. 그 대신 코너리가 태어난 곳(스코틀랜드)을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다.”

가디언의 리뷰처럼 이 책은 스코틀랜드의 역사와 문화, 건축, 스포츠 등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장을 할애했다. 스코틀랜드에 남다른 애정을 지닌 코너리는 바하마에 살면서도 “스코틀랜드가 완전히 독립하면 영구 귀국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코너리는 이 책에 대해 “스코틀랜드인이 된 것이 내 생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물론 자서전인 만큼 코너리의 생애를 기술한 대목도 적지 않다. 어린 시절 그는 조랑말과 함께 수레를 끌며 우유를 배달했다. 성인이 된 뒤 잠시 해군에 몸담았고, 화가들 앞에서 속옷만 입고 포즈를 취하는 모델로도 일했으며, 영국 프로축구단의 입단 테스트를 받을 뻔했던 축구 유망주였다. 그러나 인생의 목표를 배우로 정한 뒤 다른 일은 모두 접었다.

로이터통신은 “본드 걸과의 염문이나 영화계의 뒷얘기 같은 내용은 없다”고 소개했다. 코너리의 사진 400여 장이 화려하게 책을 장식했지만 속내를 밝히길 꺼리는 코너리의 성격 때문에 내밀한 이야기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로이터는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숀 코너리 되기’가 아니라 ‘스코틀랜드인 되기’이다”라고 설명했다.

인기인의 자서전이 나오면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책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스코틀랜드의 영화감독 겸 저술가 머리 그리거 씨는 지난달 31일 일간 더 타임스에 “코너리는 이 책에 별로 기여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코너리가 자신과 몇 시간 대화를 나눈 것을 제외하고는 저작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책에 틀린 사실이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책에 실린 사진 가운데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의 설명에는 ‘제임스 본드 역을 처음 맡았던 시기의 사진’이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10년쯤 뒤라는 것이다. 그리거 씨는 “코너리는 책을 감수하면서 이런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