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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서영아]‘세습정치인’아베-후쿠다 벼락출세의 한계

입력 | 2008-09-05 03:00:00


1년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 이어 1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도 돌연 ‘중도하차’했다. 일본에선 두 총리의 실패 원인을 세습에 따른 ‘벼락출세’에서 찾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각종 인터뷰에서 ‘세습 정치인의 취약함’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난관을 극복할 자신이 없었다면 애초에 총리가 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과거 선배 정치인에 비해 2세, 3세 정치인은 배짱도 근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4일 아사히신문은 두 사람의 벼락출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두 사람은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갑자기 총리(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외상(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이던 아버지의 비서가 돼 순조롭게 출세의 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그 탓에 당내 숱한 현안을 해결하는 단련 과정은 거치지 못했다.

과거 자민당의 ‘출세 계단’은 확연했다. 중의원의 경우 3선이면 정무차관, 그 뒤 당내 부회장 등을 맡고 5∼7선에 입각하며 예산위원장 등을 거쳐 당의 요직이나 주요 장관을 한 뒤 파벌 영수가 돼 총리 자리를 노리게 된다.

이런 과정은 총리 후보를 조련하는 시스템 역할을 했다. 정치인은 난관을 극복하며 노련함을 익히고 공인(公人)의식에도 눈뜨게 된다.

실제 1994년 이후 총리들의 취임 당시 당선 선수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11선,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12선, 모리 요시로(森喜朗) 10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10선 등이다. 4명 모두 주요 각료나 당 3역 경험자였다.

그러나 후쿠다 총리는 취임 당시 6선, 아베 전 총리는 5선에 불과했다. 또 후쿠다 총리는 최장수 관방장관은 지냈으나 당 3역을 거치지 못했다.

이번에 ‘포스트 후쿠다’로 유력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간사장은 9선에 주요 각료와 당 3역을 모두 맡은 바 있어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그러나 그 또한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가 외할아버지,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전 총리가 장인인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그는 두 전임자가 보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일본 정치를 관전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될 듯하다. 물론 그 전에 ‘세습 정치인’에 대한 역풍 속에서도 총리 도전 4수생인 그가 이번에는 꿈을 이룰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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