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공천 장사 의혹으로 이명박 대통령 부인의 사촌 언니가 구속된 데 이어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이 비리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됨으로써 정부 여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이 싸늘하다. 지난달에는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장이 의장선거를 앞두고 시의원들에게 돈을 준 혐의로 구속됐다. 여권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유 고문은 올해 1월 한 전산업체로부터 2억3000만 원을 받고 국방부에 이 업체의 전산장비를 납품하는 일에 관여했다. 맹형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에게 협조를 부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들은 돈 봉투까지 곁들인 유 고문의 요청을 거절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검은돈을 차떼기로 받았고, 상당수 당직자와 의원이 비리에 연루돼 ‘차떼기당’ ‘부패 원조당’ 소리를 듣던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오명을 씻기 위해 천막당사 생활을 하고 당 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했으며 새 윤리강령도 만들었다. 한나라당이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한 데는 이런 반성의 자세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이 면죄부까지 준 것은 아니다. 국민은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제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호남을 제외한 전국의 지방의회도 독식한 막강한 집권당이다.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한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빗나간 동료의식이 발동해 서로의 비리를 덮어주고 감춰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수록 스스로를 경계하고, 비리 연루자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부패와의 전쟁’이라도 선언해 부패의 씨까지도 솎아내야 한다.
우리 정치에서 보수는 “능력은 있는데 도덕성이 문제”라는 소리를 자주 들어온 게 사실이다. 지금 이 정권은 국정운영 능력마저 불신받고 있다. 여기에다 도덕성까지 잃으면 정권 교체의 명분마저 사라지고 만다. 국민은 부패한 자들의 성찬(盛饌)을 위해 표를 준 것이 아니다. 부패는 대통령과 정권의 실패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