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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글뽀글∼‘펑’… 공기방울이 상수원 지킨다

입력 | 2008-08-08 02:54:00


■ 전국 22개 댐에 356개 ‘수중폭기장치’

《전남 장흥군 지천리에 있는 국내 대표 소수력 발전시설인 장흥댐. 이곳에서는 저수지 한 가운데서 큰 거품이 ‘펑’ 하고 터지는 이색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짙은 수면을 가르고 올라오는 거품은 한번 터질 때마다 40cm까지 치솟는다. 거품은 깊이 약 30m의 저수지 바닥에서 올라온 것. 댐 관리소 측이 수질 개선을 위해 특별히 설치한 장치가 만들어낸 것이다. 거품은 15초마다 8.24t의 물을 바닥에서 수면으로 밀어 올린다.》

거품 일으켜서 물 순환… 여름철 ‘부영양화’ 막아

일부 실효성 의문에 최근 ‘효과 극대화’ 보고나와

이런 진풍경은 여름철 수온 상승이 한풀 꺾이는 9월 말까지 이어진다. ‘수중폭기(水中曝氣)’ 장치로 불리는 이 시설은 전국 22개 댐에서 총 356개가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이 장치가 실제로 수질개선 효과를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점검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어항 산소발생기 원리로 댐 수질 관리

여름철 국내 저수지 수면의 평균 수온은 24도까지 올라간다. 반면 저수지 바닥 수온은 4도까지 내려간다. 온도차가 클수록 수면 위와 아래는 잘 섞이지 않는다.

물이 순환하지 않으면 햇볕을 많이 쬐는 수면에서는 조류(藻類)가 급격히 번식해 물을 오염시키는 ‘부영양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는 저수지 바닥에서는 철과 망간 등 중금속이 녹아나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물은 정수를 해도 유기물 함량이 높아 맛이 없고 냄새가 난다. 소독제인 염소와 반응해 산염화메탄이라는 발암물질을 생성하기도 한다.

저수지의 물을 순환시키면서 전체적으로 고르게 정화하는 주인공이 수중폭기 장치이다.

수중폭기 장치의 원리는 어항에 산소를 공급하는 산소발생기와 같다. 산소발생기는 외부에서 공기를 흡입한 뒤 어항 바닥 아래서 거품을 일으킨다. 거품은 어항에 맑은 산소를 공급할 뿐 아니라 수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바닥의 물이 거품을 따라 올라오면서 물을 계속 순환시키기 때문이다.

정부는 1988년 대청댐에 수중폭기 장치를 처음 도입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흥댐의 경우 2006년 이 장치가 설치된 곳은 조류의 발생밀도가 물 1mL당 1만 개체에 불과했지만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최대 2만 개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면을 짙게 만드는 엽록소A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이 장치가 설치된 곳은 m³당 5.1mg으로 설치되지 않은 곳의 14.4mg보다 훨씬 낮았다.

○ 운영지침 제각각, 효용성에 의문

지금까지 전국 주요 댐에 수중폭기 장치를 설치하는 데 든 비용은 약 80억 원. 그러나 제대로 된 수질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운영방안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수질 개선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조류가 대량 발생하기 전인 4월부터 수온이 내려가는 10월까지 이 장치를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충남대 환경공학과 서동일 교수는 “남강댐은 조류 발생 시에만 가동을 시작하고 대청댐은 5∼10월에 가동하는 등 대다수 시설이 관리자의 주관에 따라 운영돼 왔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대다수 장치가 물속 얕은 곳에만 조밀하게 설치돼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국내 장치의 80% 이상이 단지 수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용도라는 의심이 간다”고 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수중폭기 장치를 운영하기 위해 댐에 매월 200만∼500만 원의 전기요금과 연간 300만∼2000만 원의 관리비가 소요되고 있다.

○ ‘수심 1.5배 간격 설치해야 효과’ 첫 보고

수중폭기 장치를 어느 위치에 설치해야 효과를 보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도 최근에야 나왔다.

한국수자원공사 댐유역관리처장 염경택 박사는 수자원 분야의 국제학술지 ‘워터 리서치’ 6월호에 이 장치를 수심의 1.5배 간격으로 물 속에 골고루 설치했을 때 수질 개선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수온 변화와 공기방울 세기, 수심을 고려했을 때 수질 개선 효과가 가장 뛰어난 이상적인 설치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염 박사의 연구 성과를 활용해 한국 실정에 맞는 운영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금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symbio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