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21·SK텔레콤)과 안젤라 박(20·LG전자).
둘은 닮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새 주역으로 떠오른 ‘박세리 키드’ 세대의 일원이다. 골프 실력만큼 뛰어난 외모를 갖춘 점도 닮았다. ‘무서운 루키’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안젤라 박은 지난해 LPGA 신인왕이었고 최나연은 올해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그리고 또 하나 있다. 우승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28일 막을 내린 에비앙마스터스는 그래서 둘 모두에게 아쉬운 대회가 됐다. 안젤라 박은 지난해 US오픈에서, 최나연은 올해 사이베이스클래식에서 2위를 차지한 적은 있지만 연장전은 처음이었다. 우승 문턱 바로 앞에서 기회를 놓쳤다. 안젤라 박은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고 최나연은 4라운드 4개홀을 남기고 2위 그룹을 4타 차로 앞섰기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운도 없었다. 안젤라 박은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 퍼팅이 홀을 맞고 튀어 나왔다. 최나연은 연장 세 번째 홀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휘어져 나무를 맞히고도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 퍼팅에 실패했다.
다 잡은 우승을 놓친 최나연은 “15번홀에서 선두라는 것을 알고부터 바보같이 너무 긴장했다. 후반에는 내가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최나연은 신인왕 레이스에서 청야니(대만)를 2위로 밀어내고 선두에 복귀했다. 연장 첫 홀에서 물러난 안젤라 박은 “우승을 위해 지금까지 기다려 왔다. 이 경기 하나 때문에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에비앙마스터스 우승컵은 경험이 부족한 ‘박세리 키드’ 대신 4라운드 마지막 두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간 43세의 베테랑 헬렌 알프레드손(스웨덴)에게 돌아갔다. 알프레드손은 지난달 US여자오픈에서 박인비(20·SK텔레콤)에게 밀려 준우승한 아쉬움을 달랬다.
코리아 군단은 홍진주가 4위(13언더파 275타), 박희영과 안시현이 공동 6위(11언더파 277타)에 올라 5명이 톱10에 진입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