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30달러 아래로… 한국경제 ‘숨통’ 기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先物)가격이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배럴당 130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가격인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사흘째 내림세를 보이며 129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국제유가 하락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경우 대부분의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 경제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8일(현지 시간) 거래된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WTI 선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41센트 내린 128.88달러, 영국 런던 석유거래소(ICE)의 브렌트유 선물은 88센트 떨어진 130.19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WTI의 지난주 주간 하락 폭은 16.2달러로 2004년 12월 이후 3년 7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두바이유 현물도 전날보다 2.03달러 내린 128.15달러에 가격이 형성돼 지난달 26일(128.41달러) 이후 처음으로 120달러대로 하락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란의 핵 관련 회의 개최 소식으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미국의 석유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소식 등이 반영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향후 국제유가 움직임은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당분간 하향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경제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는 석유시장 관련 분석가 22명 가운데 10명(45%)이 25일까지 유가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이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란 핵협상은 구체적인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하지만 2주 뒤 추가 협상을 열기로 해 협상 결과에 따라 국제유가의 흐름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주유소 기름값은 요지부동!▼
정유사 공급가 하락 불구 시황반영은 월말께나
정유사가 주유소에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내려도 주유소의 소비자 판매가격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정유사가 석유대리점 및 자영주유소에 판매한 휘발유 평균가격(잠정치)은 6월 넷째주 L당 1764.44원으로 6월 첫째 주 1780.34원보다 15.90원 내렸다.
하지만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6월 첫째 주 1907.08원에서 6월 넷째 주 1906.83원으로 0.25원 내리는 데 그쳤다. 반면 정유사가 판매가격을 올리면 주유소도 가격을 올려서 팔고 있다.
7월 첫째 주 정유사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1779.71원에서 둘째 주 1823.11원으로 상승하자 주유소의 소비자 판매가격도 같은 기간 1907.30원에서 1922.76원으로 올랐다.
이처럼 주유소들이 정유사 판매가격이 내릴 땐 안 내리면서 오를 땐 올리는 것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정확한 가격이 월말에 확정되기 때문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정유사의 주간 판매가격은 자영 주유소에 파는 가격으로 주유소 대부분은 월말에 정산할 때 정확한 공급가격을 알기 때문에 주간 시황을 반영하기 쉽지 않다”며 “일부 주유소는 4, 5월에 손해 본 부분을 보전하는 차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